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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다. 이번 주 멜론차트 1위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다. 발매 6개월이 지난 노래가 공신력 있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뉴진스, 아이브, (여자)아이들, 르세라핌의 신곡을 모두 제쳤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뉴진스가 누군지 아이브가 누군지 잘 모를 수 있다. 나는 이 칼럼 첫회에 4세대 여자 아이돌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다. 그걸 기억하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칼럼이라는 건 휘발성이 강하다.

노래도 휘발성이 강하다. 발매한 지 오래된 노래가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아주 드물게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는 그걸 '역주행'이라고 부른다. 군대서 오랜 인기를 누리다 발매 4년 만에 차트 1위에 오른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이 대표적이다. 역시 발매 4년 만에 팬이 찍은 직캠 하나로 차트 1위에 오른 EXID의 '위아래'도 있다.

'사건의 지평선'도 직캠에 의해 역주행을 시작했다. 윤하는 9월 내내 열린 대학 축제 초대 가수로 여러 무대에 올랐다. 팬들이 찍은 영상이 유튜브와 쇼트폼 플랫폼에 올라왔다. 윤하의 영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10대와 20대였다. 윤하는 17년 차 가수다. 새로운 세대가 그의 노래를 다시 발견하기 시작했다.

역주행 신화는 이제 더는 신화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역주행은 종종 일어난다. 케이트 부시의 1985년 곡 'Running Up That Hill'은 올해 빌보드 차트 3위에 올랐다.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도 발매 36년 만에 차트에 진입했다. 두 곡 모두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에 삽입되어 젊은 청자들을 만났다. 올해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일 록밴드 글라스 애니멀스의 'Heatwaves'는 빌보드 차트 진입 59주 만에 1위에 올랐다. 쇼트폼 플랫폼인 틱톡에서의 인기 덕분이었다.

차트의 수직 관계가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전에도 역주행은 있었지만 드라마에 삽입되거나 틱톡에 사용된 노래들이 상위권에 올라오는 건 새로운 현상이다. 테크놀로지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당신은 옛 노래를 언제든 재발견할 수 있다. 실물 앨범을 사지 않아도 된다. 그러자 스트리밍 서비스는 거대한 아카이브가 됐다. 이제 사람들의 집단적 취향은 음반 업계의 마케팅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나는 이것을 차트의 민주화라고 부르고 싶은 강한 욕망을 느끼고 있다.

나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을 들으며 이 글을 쓰는 중이다. '하나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이것은 확실히 위로의 노래다.

어쩌면 음악으로부터 위로받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집단적 무의식이 이 노래를 다시 발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우리는 당신들을 많이 많이 그리워할 것이다. 가슴에 뚫린 블랙홀을 어루만지면서. 차트는 이렇게 사건이 된다. 기고자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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