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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관련 첫 언급
이상민도 ＂자리 연연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참모들에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지금은 국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번 사태의 원인과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그런 뒤 필요하다면 정무적 책임도 따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상민<사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고위직에 대한 문책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정무적 책임'을 처음 언급한 것은 참사의 직접적 원인과 법적 책임 규명 후 경찰 사무를 감독하는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장관은 용산 대통령실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사건에 대한 실체 규명이 먼저라는 방침에 따라 거취 문제는 당분간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져야 유족들에게 보상을 하든지 특별법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 인적 교체를 하게 된다면 법적 책임 규명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이지 정무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11일부터 4박6일간 동남아 순방에 나선다.

이 때문에 순방에서 귀국하는 다음 주 중반 이후 이 장관 거취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무적 책임'을 처음 언급한 것은 이번 참사 수습을 위해서는 법적 책임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가 안전 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왜 경찰이 현장에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며 용산경찰서장 등 일선 경찰들의 직무 태만을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에서 "왜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묻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여당 내에서도 이 장관 경질론이 제기되면서 윤 대통령과 이 장관 측 입장에도 변화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이상민 장관 교체론을 놓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야당이 밀어붙이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막으려면 우리에게 최소한의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상민 장관의 사퇴 선언이 미뤄질수록 당은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이 장관) 스스로 사퇴 표명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여권은 '이상민 경질 의견' 등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 여파가 후년 총선까지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8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 ±3.1%포인트)에서 응답자의 73.8%가 관련자 경질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윤 대통령도 여당과 시중의 여론 흐름을 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