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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한 FTX 코인 전량 매각
뱅크런 유발한 뒤 인수 추진
FTX는 최근까지도 거래량·보유 자산 규모에서 바이낸스에 이어 한때 세계 2위 거래소로 꼽혔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FTX가 계열사와 코인 내부 거래를 하고, 코인을 담보로 무리한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트위터를 통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FTX가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FTX를 완전히 인수하고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돕기 위해 우리는 구속력 없는 의향서(LOI)에 서명했다"고 8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중국계 거래소(바이낸스)와 미국계 거래소(FTX)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은 중국 출신 캐나다 이민자고,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또 FTX를 도산 위기에 몰아넣은 기업도 바이낸스였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나서 중국이 가상화폐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2의 루나 사태 우려
최근 코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FTX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제표를 입수해 알라메다의 자산 대부분이 FTX가 발행한 코인 'FTX 토큰(이하 FTT)'으로 채워져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FTX가 계열사와 내부 거래를 통해 코인 유통량을 늘리고, 알라메다는 코인을 담보로 다른 투자 사업을 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FTX의 재무 상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FTX는 "해당 보도는 알라메다 재무제표의 일부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곧이어 바이낸스의 자오창펑은 "FTX가 발행한 코인 FTT를 전량 매각하겠다"며 투자자들의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 바이낸스는 약 7000억원어치로 추정되는 FTT를 시장에 던졌고, FTT 가격은 일주일 사이 84% 이상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거래소 도산을 우려해 FTX에 예치했던 가상화폐와 현금을 무더기 인출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제2의 루나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감돌면서 연쇄 작용으로 뱅크런 속도는 더 빨라졌다. 결국 FTX는 백기를 들고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0% 이상 하락하면서 2만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FTX가 투자한 주식거래 플랫폼 기업 로빈후드 주가도 19% 떨어지면서 가상화폐를 비롯한 위험 자산의 도미노 붕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계 VS 중국계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결
이번 사태는 결론적으로 바이낸스가 경쟁사를 위기에 몰아넣고 인수하는 모양새가 됐다. 자오창펑은 FTX가 발행한 코인 FTT 전량 매각을 선언한 배경에 대해 "업계 동료를 해치기 위해 몰래 (정치권에) 로비하는 사람을 지지할 수는 없다"는 트윗을 남겼다. 사실상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를 가리키는 말이다.
샘 뱅크먼프리드(30)는 매사추세츠 공대를 나와 주식 트레이더로 일하다 FTX를 창업했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당시 후보)의 개인 후원자 중 둘째로 많은 정치자금을 기부했고, 올해 8월까지 미국 민주당에만 3600만달러를 후원한 워싱턴 로비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FTX는 루나 사태 등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 철퇴가 내려질 때도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왔다. FTX 본사는 바하마에 있지만, 사실상 미국계 거래소로 취급받는 이유다.
반대로 중국 출신인 자오창펑은 바이낸스 본사를 특정 국가에 두지 않고, '무국적 거래소'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계와 규제 기관은 바이낸스를 사실상 중국계 거래소로 취급하고, 중국 자본 비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코인데스크는 "이미 바이낸스는 가상화폐 거래량의 절반이 거래되는 곳이라, 미국 규제 당국이 반독점법을 근거로 이번 인수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낸스를 중국 거래소로 생각하는 미 당국이 중국의 가상화폐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 최근 일주일 주요 가상화폐 가격 추이 기고자 :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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