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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라이카 갤러리' 관장 카린 렌

"코로나 봉쇄 기간 우리는 아날로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됐죠.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고…. 아날로그는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을 알려줍니다. 기술만으로 이어진 비대면 사회에선 그런 방법을 배우기 힘들죠."

활자가 영상으로 대체되고, 카메라는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간 시대. 이 카메라 제조사는 40년 전으로의 역행(逆行)을 택했다. 특유의 색감과 질감으로 사진가들 사이에서 '한 번은 꼭 사용해보고 싶은' 창작 도구로 꼽히는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Leica). 2000년대 초·중반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불어올 때도 필름 카메라의 '원숏(One Shot) 정신'을 고수한 이 브랜드는 2002년 단종된 필름 카메라 'M6'를 올해 재발매했다. 1회용 카메라를 제외하고 신규 모델로 필름 카메라를 제작하는 브랜드는 이곳이 유일하다.

지난달 독일 헤센주 베츨라어에서 열린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사진상 수여식서 만난 카린 렌(65·작은 사진) 라이카 갤러리 관장은 "디지털 세대에게 필름 카메라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필름 사진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과 생각이 배어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카메라처럼 촬영 후 나온 결과물을 보고 다시 찍을 수 없기에 사용자는 셔터를 누르기 전 빛·거리·구도 모든 것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25곳 갤러리의 총괄자이자,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라이카 카메라 회장의 아내이기도 한 그에게 라이카가 지금 다시 필름 카메라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스물여덟 살 아들이 있는데, 최근에야 필름 카메라를 써 보고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이구나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점점 더 많은 젊은 세대가 사진을 찍는 과정 그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있죠." 최근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레트로(복고)'가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진은 물성(物性)을 잃고 스크린 안에 갇힌 형태로 전시된다.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 있는 실체는 없다. 그는 "현상된 상태의 사진이야말로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성스럽게 찍고 현상한 필름 사진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앨범을 보게 됩니다. 반면 디지털로 남아 있는 이미지들은 다시 잘 보지 않게 돼요. 저는 사진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층위에서 아날로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만나 사진을 감상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죠."

그는 사진 속에 담긴,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을 강조했다. "베트남전의 참혹함을 알려 여론을 바꾼 '네이팜탄 소녀' 사진처럼 사진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 닿게 하는 힘이 있어요. 사진은 단순한 르포르타주가 아니라 일종의 '시(詩)'입니다.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고, 그것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기고자 : 베츨라어=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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