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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베토벤 해석의 최고 권위자 방한 때마다 마스터클래스 열어

"연주를 잘하려면 언제나 노래로 불러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아요. 우리가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같은 목소리는 아니지만요(웃음)."

8일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 헝가리 출신의 피아노 거장 언드라시 시프(69)가 58세 연하의 한국 꼬마 피아니스트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흐·베토벤 같은 고전 레퍼토리에서 정평이 있는 시프는 그와 동갑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스스럼없이 '이상적 피아니스트'로 꼽는 명연주자다. 역시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선욱의 정신적 조언자(멘토)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날 거장 앞에서 연주 솜씨를 선보인 주인공은 이주언(11, 어정초등학교 5년)군. 올해 헨레 피아노 콩쿠르 대상 수상자인 이군이 쇼팽의 '마주르카 풍의 론도'를 연주하자, 시프는 무대 한 구석에 앉아서 악보를 넘기면서 조용히 경청했다.

연주가 끝난 뒤 피아노 앞으로 다가온 시프는 이군과 나란히 앉아서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다. 꼬마 피아니스트 이군이 오른손 멜로디를 연주하고, 시프는 페달을 직접 밟으면서 왼손 반주를 자청했다. 반세기 넘게 차이 나는 이들의 '쇼팽 이중주'가 순간 홀을 가득 채웠다. 시프가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는 운지법(運指法)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면서 "이건 집에서도 해야 하는 숙제"라고 말하자 70여 관객도 웃음을 터뜨렸다.

거장 시프가 한국을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는 것이 공개 마스터 클래스다. 마스터 클래스는 거장이 젊은 음악인들의 연주를 직접 들어주고 코치하는 수업 방식을 뜻한다. 이미 2008년 피아니스트 김선욱, 2011년 조성진이 시프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했다. 올해도 이군을 비롯해서 제네바·부조니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27), 지나 바카워 콩쿠르 우승자인 신창용(28)이 시프의 수업에 참가했다.

'일일 교사'가 된 시프의 마스터 클래스에는 세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었다. 우선 제자들의 연주를 결코 도중에 끊거나 막지 않고서 끝까지 경청한다는 점. 이날 참여한 신창용과 문지영이 연주한 슈만의 '유머레스크'와 '교향적 연습곡'도 중단하는 법 없이 모두 듣고서 조언을 건넸다.

둘째로 중간 휴식 한 번 없이 지속하는 '마라톤 수업'도 특징이었다. 관객들은 자유롭게 화장실을 드나들 수 있지만, 시프는 단 한 번도 자리를 뜨는 법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악기와 날씨, 색채까지 다채롭고 적확한 비유들을 통해서 작품의 느낌을 묘사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단지 눈앞에는 건반이 있을 뿐인데도 시프는 안개와 강물의 흐름, 호른의 소리, 단조로운 흑백보다는 화려한 컬러 같은 비유를 동원하면서 작품의 느낌을 표현했다. 3시간 15분의 마스터 클래스가 끝난 뒤 시프는 총평에서 "참가자들의 수준이 대단히 높고 인상적이다. 한국에 훌륭한 선생님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프는 또다시 후배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협연을 듣기 위해 예술의전당으로 총총 발걸음을 옮겼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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