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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紙 신춘문예 출신 두 문학평론가, 나란히 평론집 출간

젊은 감각으로 시대와 문학의 현주소를 짚는 평론집이 나란히 출간됐다. 강지희(36)의 '파토스의 그림자'(문학동네)와 박혜진(36)의 '언더스토리'(민음사). 본지 신춘문예를 통해 각각 14년, 7년 전 등단한 두 문학평론가가 그간의 왕성한 활동을 묶어 낸 첫 평론집이다. 두 책 모두 작품을 통해 최근 문단과 우리 사회의 변화를 냉철하게 분석하면서도, '연대'라는 위로의 말을 놓치지 않는다.

강지희는 이번 책을 통해 "기존에는 문학에 윤리를 긴밀하게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면, 2010년대 중반 이후 문학 안에서 윤리의 자리가 붕괴됐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한국 사회에서 변혁이 많았다. 문단 안에서도 2015년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 2018년 '미투(Me too)' 등이 이어지며, 문학이 속물적 가치와 다른 자리에서 고결한 위치를 점유한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며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문학 속의 보편적인 선과 악, 윤리를 바라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책의 핵심 개념은 '파토스'다. 문학에서 보편적인 윤리를 찾는 '에토스(ethos·도덕성)'의 시대를 지나, '파토스(pathos·감정)'의 시대가 왔다는 것. 강지희는 "파친코, 우영우 등 최근의 문화적 트렌드는 '파토스'의 관점에서 이해된다. 이는 '소수자성'과도 연결되는 데,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다각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라며 "문학 비평의 역할도 사람들이 자신이 타인보다 무엇을 더 누려 왔는지, 세상에 어떤 빚을 졌는지 깨닫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은 미투·표절 논란 등 문단을 흔든 바람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여성·퀴어·동물권 등을 다룬 문학을 조명한다. 각자의 사연으로 소외된 이들이 연대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 강지희는 "미투 운동이 신성화되지 않기를 바라며 썼다. (...)더 많은 불협화음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의견들과 마주치기를 바라며 썼다"고 말한다. 그는 "문학과 장애학, 기후 위기를 연결해 글 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박혜진은 이번 책에서 '언더스토리'라는 개념으로 오늘날 사회와 문학을 들여다본다. 빛이 적은 하층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뜻하는 언더스토리(understorey)와 우리 사회에서 그늘진 곳의 이야기를 다루는 언더스토리(understory)가 닮았다는 것. 박혜진은 "빛이 적은 환경에서도 서로 곰팡이 등 매개물을 통해 영양분을 나눠 가지며 살아가는 식물들의 생존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저성장 시대에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젊은 세대가 생존할 수 있는 방식 역시 이런 방식에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책에 실린 글들은 IMF,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저성장'에 들어선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과, 그들을 그린 문학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키워드는 '인간·자아·사랑과 우울·윤리'. 인간의 고통과 연결에 대해 다룬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시작으로, 마지막인 '82년생 김지영'에선 문학 속 윤리에 대해 짚어본다. 박혜진은 "윤리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은 미학적이지 않다는 시선이 강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윤리적 감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야말로 삶을 변화시키는 미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혜진에게 문학은 "적은 빛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을 환대하는 집"이다. 책에서 그동안 민음사의 편집자로 10년 넘게 일하며 갈고닦은 독자와의 소통 능력이 빛을 발했다. 소설, 시, 희곡 등에 대한 다채로운 글을 실었다. 박혜진은 "독자들의 독서는 특정 분야에 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분야를 함께 다뤘다"며 "목표는 성실한 글쓰기로 노벨문학상 심사를 해보는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문학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도록, 그 역량과 감각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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