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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균형발전위원장 인터뷰

우동기(70)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수도권은 인구 과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교통 혼잡 등으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집적에 따른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큰 상태고 성장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성이 집적보다 분권, 분산에 달려 있고 지방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며 "균형발전 정책은 더 이상 형평성을 위해 국가 경제성장의 효율성을 희생하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우 위원장은 대구시 교육감, 영남대·대구가톨릭대 총장을 지낸 지방·교육 문제 전문가다. 올해 9월 윤석열 정부 초대 균발위 수장을 맡았고, 균발위와 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해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방시대위원회' 초대 위원장도 맡을 예정이다. 지방시대위는 대통령의 지역 공약 과제를 총괄 전담한다. 우 위원장은 "산업은행을 포함한 수도권 공공 기관 추가 이전은 국민과 한 약속"이라며 "속도를 내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우 위원장과 한 일문일답.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 특별법안'이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지방 이전 기업에 감세 등 파격적 혜택을 주는 '기회발전특구'와 여러 방식의 공교육을 제공하는 '교육자유특구'가 법안의 핵심이다. 이전 기업에 지방세뿐 아니라 국세도 깎아주겠다는 건데, 재정 당국 반대에도 대통령이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지방은 지금 아사(餓死) 직전이다. 소멸이냐 생존이냐,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법안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계획이 한 해씩 밀려 2024년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민생 법안이지 정쟁 대상이 될 것이 아닌데 여야가 진영 논리를 떠나 이 문제를 다뤄줬으면 좋겠다."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은 전임 정부들과 뭐가 다르나.

"우리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별도로 둘 정도로 지역 균형발전을 절박하게 인식해 왔다. 지역 간 불균형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차별 금지 차원에서도 정책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제2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미국 주지사의 권한과 책임을 굉장히 강조했는데 '연방제 초기 단계까지 생각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다. 정부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다. 그 중심에 지방정부가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균형 발전 의지, 지방 시대 비전은 10일부터 사흘간 부산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지방 시대 엑스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이 분권, 분산에 있다고 했다.

"박정희 정부를 시작으로 역대 모든 정부가 균형발전 정책을 펴왔는데 결과적으로 수도권 기능 집적을 초래했다. 경제 현안이 대두할 때마다 수도권 규제가 풀렸는데 그때는 최적의 경제정책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 직원들만 하더라도 집값이 비싸니 2~3시간씩 걸려 출퇴근하고 있고, 강남 침수를 막기 위해 수십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이게 결국 수도권의 한계 아닌가. 우리가 새로 도약하려면 지방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지방시대위원회부터 출범 전에라도 하루빨리 세종시로 이전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임기 초반 강조한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같은 정책은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정권 이양기에 균발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수도권은 연구 인력이 배출되는 대학원 정원을 증원하고, 지방은 현장 인력 중심의 학부 정원을 늘리면 된다. 이렇게 하면 수도권 대학 학부 정원을 늘리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주호 신임 교육부 장관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어 시행 과정에서 역기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놓고 갑론을박이 상당한데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은 예정대로 추진하나.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국정 과제에 포함된 대국민 약속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이전 대상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직원 200~300명의 크지 않은 기관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융, 첨단 산업 등 다양한 성장 동력원을 확보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산업은행은 지자체, 공공 기관, 노조 등과 충분히 협의해 이주 직원 지원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

―1차 공공 기관 이전 때는 이주 직원들의 정주율이 낮거나 원도심이 공동화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혁신도시라는 신도시를 만들어 공공 기관을 입주시켰는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또 서울 사람은 내려오지 않고 기존 주민들이 입주해 원도심이 공동화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번에는 폐교 등 종전 시가지에 있는 유휴 부지를 활용해 공공 기관이 지역에 동화될 수 있게 할 것이다.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니 원주민들이 반길 것이고, 이전 기관 종사자들도 편하게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교육감, 대학 총장을 지낸 교육 전문가이기도 한데 위기의 지방대를 살릴 해법은 무엇인가.

"폐교를 희망하는 지방 사립대는 폐교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지방대 설립자들이 비판받을 점도 많지만 지역에 기여한 바도 크다. 지방대 구조 조정은 필요한데 가만히 두면 결코 문을 닫지 않는다. 기본 재산의 30%가량을 교육 기여 명목으로 돌려줘 출구를 만들어주고, 폐교한 대학 자리는 수도권에서 이전하는 공공 기관 입지로 활용할 수 있다." 기고자 :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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