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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련 장소만 26곳… 특수본, 일제히 압수수색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8일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의 집무실을 일제히 압수수색하자 경찰은 하루 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두 사람은 휴대전화까지 제출했다. 14만3000여 명 경찰 조직의 서열 1·2위가 나란히 강제 수사를 당하는 경찰 출범 이래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하루 전인 지난 7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당시 현장 담당자들이 피의자로 줄줄이 입건된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이 현장에 나가서도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경찰이) 제도가 미비해서 대응 못 했다는 말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등으로 경찰을 강하게 질타한 게 공개되면서, 경찰은 며칠째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과 종로구 서울경찰청 내부는 종일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오전 9시쯤 윤희근 경찰청장 집무실에 찾아온 특수본 수사관들은 그가 쓰던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하고 그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았다. 이날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윤 청장이 졸지에 휴대전화가 없어지는 바람에 임시 휴대전화를 구하느라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청장과 정보부장·경비부장·112상황실장 등 주요 간부들 집무실과 참사 당일 상황담당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사무실 등 16곳이 압수수색 당한 서울청 상황은 더 심했다. 특수본 수사관들은 압수수색 동안 직원들을 모두 내보냈는데, 갈 곳이 없어진 경찰들이 서울청 1층 카페 등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일부 직원들은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사무실 앞에 늘어서 긴장한 듯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압수수색이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면서 종일 바깥을 떠도는 직원들도 있었다. 한 경찰은 "동료 경찰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만큼 더 엄하고 삭막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특수본은 경찰에서만 2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 이번 참사와 관련된 부서 지휘관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경찰 내부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일선 경찰관 중 일부는 "모든 게 경찰 잘못이냐"고 반발한다. 이날 오후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청장이 캠핑을 갈 수도 있고 서장이 순간 뒷짐을 질 수도 있는 일 아니냐" "이 사태는 범죄가 아니라 재난 사태이기 때문에 소방이 책임을 져야 하는 사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청 소속 한 경감은 "112상황실에서 긴급 상황을 미리 인지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모든 잘못을 경찰에 돌리는 것은 잘못에 비해 과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청장실을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경찰 조직 전부를 망신 주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고 했다. "경찰청장뿐만 아니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경찰도 많다.

경찰대 출신 등 경찰 고위층 사이에서는 이참에 개혁을 더 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서울청 고위 관계자는 "서울청을 비롯한 지방청들의 112상황실 근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물론 지휘부 간 소통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며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 이라고 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도 "이번 사태는 경찰 내부의 상황실을 통한 상황 보고 체계와 지휘부 간의 지휘 보고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경찰이 이번 일을 계기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김수경 기자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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