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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표팀, 11일 아이슬란드와 평가전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7일 오후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 그라운드에 선수들보다 먼저 나와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코치진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들이 나와 몸을 풀 때도 거의 웃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약 2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손흥민의 빈자리다. 손흥민(30·토트넘) 대표팀 주장이 지난 2일 상대 선수와 충돌해 눈 주변 뼈가 부러지면서, 월드컵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24일)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손흥민 없는 '플랜 B'를 마련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선수들 사이에선 묘한 전운이 감돌았다. 대표팀은 11일 아이슬란드와의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FIFA(국제축구연맹)가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파 선수들은 제외됐다. 따라서 국내파 위주의 선수들이 실력을 선보일 마지막 기회다. 이날 웃으며 장난치던 조규성(24·전북 현대)은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변해 빠르게 장애물을 통과했다. 권창훈(28·김천 상무)은 동료와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고 묵묵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손흥민의 빈자리는 누가

손흥민이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킬 선수로 첫손에 꼽히는 건 조규성이다. 조규성은 지난 1~2월 손흥민이 다리 근육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던 월드컵 최종 예선 두 경기(레바논, 시리아전)에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와 함께 '투 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레바논전에선 결승골로 1대0, 시리아전은 유려한 연계 플레이로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조규성은 "컨디션이 좋다"며 "아이슬란드전뿐 아니라 월드컵에서도 계속 골을 넣겠다"고 했다.

황의조가 '원 톱'에 배치되면 권창훈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권창훈도 지난 2월 시리아전에서 골을 넣으며 손흥민의 빈자리를 메운 바 있다. 권창훈은 '손흥민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항상 준비하던 대로 똑같이 하려고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 주인은

벤투 감독에겐 아이슬란드전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 또 있다. 오른쪽 측면 수비 자리의 주인이다. 측면 수비수는 공격 때는 빠른 역습, 수비에서는 전담 마크하는 '살림꾼' 역할을 한다. 다니 아우베스(브라질), 필립 람(독일) 등 강팀엔 늘 걸출한 측면 수비수가 있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용(36·수원FC)이 확고한 주전으로 나섰는데, 급격하게 노쇠화를 겪으면서 6월 이후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고, 지금까지 이 자리는 공석이다.

윤종규(24·FC서울)와 김문환(27·전북 현대)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윤종규의 장점은 단연 공격력이다. 지난 9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2대2 무승부)에서 선발 출전해 비어 있는 황희찬이 슛을 때리기 좋게 공을 건네는 도움도 해냈다. 단점은 수비. 오른쪽 공간을 상대에게 자주 내준다.

김문환은 2019년부터 이용의 백업 요원으로 꾸준하게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만큼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수비력도 윤종규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이 실점하지 않고 1대0으로 승리한 건 김문환이 공간을 내주지 않은 덕이 컸다. 부정확한 패스 등 공격이 다소 거칠다는 점이 아쉽다.

김태환(33·울산 현대)이 둘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김태환은 많은 나이에도 공격과 수비 진영을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활동량을 보인다. 감정 조절에 실패해 상대 선수와 자주 마찰을 일으킨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카타르 월드컵에 앞서 대표팀의 마지막 평가전이 될 아이슬란드와의 경기는 11일 오후 8시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다. TV조선이 생중계한다.

[그래픽] 벤투호 오른쪽 수비는? 기고자 : 이영빈 기자 파주=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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