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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1000만원·손편지 남겨… 지역에 6년간 5억 익명 온정

7일 오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에 발신제한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 남성은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피해자와 유가족이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며 성금 전달 뜻을 밝혔다. 사무국 입구에 비치된 모금함에는 신문지로 싸인 현금 1000만원과 손으로 쓴 편지가 있었다.

편지에는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희생자분들을 애도하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어떤 말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기에 그냥 같이 슬퍼하고 그냥 같이 울겠다"고 적혀 있었다. 이 남성은 기부금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유가족분들에게 전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이날 1000만원을 기부한 익명의 남성은 수년째 신분을 밝히지 않고 경남 지역사회에 따뜻한 온정을 전해 온 사람이다. 이 '익명의 기부천사'는 지난 2017년부터 연말은 물론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온정을 전하고 있다. 모금회 측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피해자 가족을 도왔고, 2020년에는 경남 하동 등 남부 지방 호우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성금도 냈다. 올해는 경북 울진 산불 피해 지원 성금을 모금회에 전달했다. 이 익명의 기부자가 지금까지 모금회를 통해 기부한 누적 성금은 4억9900여 만원에 달한다.

모금회 직원들은 이 남성이 기부금을 전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싶은 대상과 이유를 적어둬 인상이 깊다고 한다. 신분을 전혀 밝히지 않고 조용히 온정을 베풀기 때문에 그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사는 곳이 어딘지 모른다. 다만 직원들은 전화 속 목소리를 통해 '40~50대 정도의 남성'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모금회 관계자는 "익명의 기부자가 낸 성금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고자 :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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