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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리오 케치치 지음｜한창호 옮김｜볼피｜832쪽｜3만5000원

1954년 베네치아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수상작 선정 때문에 단단히 골머리를 앓았다. 훗날 세계 영화사의 걸작으로 남은 작품들이 무더기로 출품됐기 때문이다. 페데리코 펠리니(1920~1993) 감독의 '길', 말런 브랜도 주연의 '워터프런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 등이다.

엉뚱하게도 최고 상인 황금사자상은 다른 작품에 돌아갔다. 펠리니의 '길'을 포함한 네 편은 공동 은사자상에 머물렀다. 하지만 앤서니 퀸 주연의 '길'은 1957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펠리니는 이 부문에서만 네 차례 수상해서 지금까지 해당 부문 최다 수상 감독으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 영화 전문 기자의 펠리니 평전. 감독은 전후(戰後) 이탈리아의 현실을 사실주의적으로 접근하는 '네오리얼리즘'의 세례를 받으며 경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꿈과 환상,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면서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 그 과정에서 '달콤한 인생'이나 '8과 2분의 1' 같은 걸작들도 탄생했다. 펠리니는 평생의 반려자였던 배우 줄리에타 마시나와의 금혼식(金婚式) 다음 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거장의 삶은 끝까지 영화적이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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