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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종 금리는 더 올라가고"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 1분기 중 연 4.5% 수준에서 끝날 것이라던 시장 예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국이 연 5.5%까지 금리를 계속 올리고, 금리 고점 기간도 더 길어질 것이란 새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을 힘겹게 쫓아가고 있는 한국 경제로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3고(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환율 추가 상승과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이달 중 금리를 또 올릴 예정이다. GDP의 1.06배에 달하는 부채를 진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자금시장 마비로 기업들은 '흑자 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 불안이 실물 경제 쪽으로 옮겨와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조차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올 들어 10월까지 무역적자가 356억달러에 이른다.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내다팔면서 외환 보유액도 올 들어 464억달러나 줄었다.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 많은 지표가 위기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레고랜드 악재까지 겹쳐 마비 상태에 빠진 채권시장에선 업계 8위의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 외화 부채 조기 상환에 실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형 금융회사마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 채권의 대외 신인도를 악화시킬 악재로 작용해 한국 기업·금융사의 해외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고 발행 금리도 올라가게 할 수 있다. 여기에다 국가 부도 지표인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까지 5년래 최고치인 0.7%포인트로 급등했다. 일본(0.31%p), 독일(0.27%p)의 2배 수준이다.

자금 시장의 '돈맥 경화'가 심화되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50조원 이상 자금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10대 대형 건설사도 대출을 받으려면 연 12%대 이자를 내야 하는 지경이다. 레고랜드 사태가 보여주듯 작은 불씨 하나가 자금 시장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지지 않도록 신속,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외환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수출 활성화 대책은 물론이고 무역적자의 주요인인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한 종합 대책도 더 강도를 높여야 한다.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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