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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訪中… 독일 안팎서 비판 거세

중국을 4일 방문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국내외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힘을 합쳐 중국의 공격적인 경제·안보 위협에 맞서는 상황에서 숄츠 총리가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 방문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방세계는 숄츠 총리의 행보가 지난달 3연임을 확정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촘촘하게 구축 중인 대중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 연정 내에서도 숄츠 총리 노선에 대한 수정 요구가 터져 나오면서 정치적 내분이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1일(현지 시각) 우즈베키스탄 방문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숄츠 총리가 이번 중국 방문에서 공정한 경쟁 조건, 인권 문제, 국제법 존중이 중국과 독일 간 국제 협력의 기본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정치 체제가 최근 수년간 전면적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우리 대중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며 "독일은 새로운 대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최고 외교정책 당국자로서 숄츠 총리의 대중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독일에선 그동안 숄츠 총리의 대중 정책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축적돼 왔다. 경제·국방·외무부 등 6개 부처가 중국의 독일 함부르크 항만 투자를 "유럽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독일의 중국 의존성을 높인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특히 숄츠 총리의 사민당(SPD)과 연정을 꾸린 녹색당의 반발이 크다. 녹색당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무기화'로 유럽의 목을 죄고 있듯, 중국이 높은 경제 의존도를 이용해 독일과 유럽을 쥐락펴락하려 한다고 본다. 숄츠 총리에게 반기를 든 베어보크 장관도 녹색당 소속이다. 독일 일간 디벨트 등은 "중국 문제를 둘러싼 독일 연정 내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밖에서도 거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는 이날 "숄츠 총리의 방중은 서방의 단결을 약화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손상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도 최근 독일에 "중국이 함부르크 항만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 것이 밝혀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 때문에 중국의 지분 참여 비율이 경영 참여가 불가능한 25% 미만으로 제한된 것"이라고 전했다.

숄츠 총리가 유럽 내에서 외톨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31일 숄츠를 겨냥해 "유럽 정부와 기업은 중국에 순진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U는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아프리카 개발 도상국에 대한 경제 침탈 시도를 줄곧 비판해 왔다. 또 중국이 유럽의 사회 기반 시설과 기업 인수에 자유롭게 투자하면서, 정작 유럽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지적해왔다. 최근 EU 정상회담에선 시진핑 주석의 1인 독재 강화와 대만 침공 위협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며 중국을 "적대적 경쟁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숄츠 총리는 이러한 유럽 내 분위기를 무릅쓰고 중국과 계속 밀착하려 하고 있다. 그의 방중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주요 7국(G7) 정상 중 처음이다. 폴크스바겐, 지멘스, 바스프(BASF) 등 독일 대표 기업 경영자 12명도 데려간다. 함부르크 항만 확장 사업에 대한 중국원양해운(COSCO)의 지분 참여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독일 반도체 공장 인수도 허가했다. 함부르크는 숄츠 총리가 하원의원 4번, 시장 2번을 지낸 정치적 기반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년간 독일의 대중 전략에는 경제적 이득 외에 다른 우려 요인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고 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줄곧 독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또 독일 상위 기업 10개 중 9개가 전체 수익의 10분의 1을 중국에서 얻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은 전체주의 독재 정권이 자유 민주국가와 밀접한 경제 교류를 통해 정치적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무역을 통한 변화'를 주장해왔으나, 이는 순진한 생각임을 러시아와 중국이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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