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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희생자의 동급생들 손편지… 이태원 추모행렬 이어져

"우리 아직 너무 어리고 할 것도 많은데, 20살 30살 10000살이 되어도 함께한다는 거 잊지 마."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엿새째인 3일, 참사로 숨진 사람들의 발인이 이날도 전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이날 기준 참사로 사망한 156명 중 발인과 본국 송환이 완료된 이들은 128명이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가족·친구 등 지인들과 많은 시민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분향소 앞에는 직접 쓴 손편지 10여 장이 보였다. 이번 참사로 숨진 희생자 중 가장 어린 15세 여학생의 학교 친구들이 남긴 것이다. 또박또박 손으로 눌러쓴 편지지 옆에는 흰 국화와 초콜릿·과자 등 간식들도 함께 놓였다. 한 편지에는 "널 추모하기 위해 교실에 '기억하는 방'을 만들었다" "항상 등·하교를 같이 했는데, 나랑 다녀줘서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등 친구들은 그와의 추억들을 빼곡히 적었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양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임모(30)씨의 발인이 이뤄졌다. 고인의 관이 안치된 운구차가 떠날 때까지 임씨의 부모님과 친구들은 말 한마디 없이 눈물만 흘리며 묵묵히 임씨 마지막을 배웅했다. 임씨는 국내 특목고와 해외 명문대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 취업하는 등 착실히 자기 길을 걸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창업에도 도전해서 "기업을 성공시키기 전까지는 결혼도 안 할 것"이라고 부모님에게 다짐하기도 했다. 지난 1일 그의 아버지는 "부모에게 걱정할 것 하나 없는 자랑스러운 딸이었다"며 "무남독녀 외동딸이 사랑스럽게 자라 이제 결혼시킬 일만 남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일 경기 고양시의 한 장례식장에서도 오스트리아 국적의 김모(24)씨 발인이 있었다. 그는 국내 한 대학교 어학당에 유학을 왔는데, 어학당 친구들과 함께 참사 당일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사에 휩쓸렸다. 발인 2시간 전부터 유가족과 친구들은 그의 얼굴을 보며 4~5명씩 부둥켜 안고 계속 오열했다. 김씨와 가장 친했다는 미국인 A씨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입관실 앞에서 주저앉았다. 김씨의 빈소에서 그의 친구들은 영어, 불어 등 다양한 언어로 울부짖었다. 김씨의 부모는 "내 아기, 어떡하니"라며 운구차에 엎드려 20분간 일어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외국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참사로 총 14개 국적의 외국인 26명이 사망했는데,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까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스리랑카 출신 희생자 3명이 본국으로 송환됐다. 유가족 뜻에 따라 국내에 안치된 시신은 2구이며, 나머지 21구는 운구가 추진되고 있다.

스리랑카인 희생자 모하마드 지나드(27)씨는 지난 2일 아내와 부모님이 있는 스리랑카로 돌아갔다. 그의 시신을 송환하는 데 든 비용 900만원을 한국에 있는 이슬람 모임에서 그와 사귄 친구들이 모았다고 한다. 그는 사고 당일 이태원에 있던 이슬람 사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휩쓸렸다. 핼러윈과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이태원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결혼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신혼인 데다 아내는 임신 3개월째라고 한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 치료비와 아이 양육비를 벌기 위해 홀로 한국에 건너와 경기도 화성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기고자 : 김광진 기자 김휘원 기자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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