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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관리 시스템
곳곳 허점 드러나
경찰의 경우 이번 참사 때 보고 체계가 엉망이라는 점을 스스로 드러냈다. 사고는 29일 오후 10시 15분에 발생했는데, 서울의 사건·사고 총책임자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1시간 21분 뒤인 오후 11시 36분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0시 14분에 보고를 받는 등 더 늦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구체적인 보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일선에 있는 경찰들은 무전기를 들고 다니며 소통하는데, 무전 내용이 해당 경찰서 상황실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현장 경찰들에게 공유가 된다. 하지만 상황실이 어떤 내용을 경찰서장 등 상부로 보고하는지는 상황실의 판단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일선 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같은 지방청이나 경찰청(본청)에 보고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건을 보고할지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보고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소방은 상대적으로 체계를 갖췄다. 이번에 소방청 상황실은 오후 10시 48분에 행안부에, 오후 10시 53분에 대통령실에 보고를 했다. 소방 대응이 경찰보다 훨씬 빨랐던 것이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소방은 현장 피해 상황에 따라 1~3단계로 대응 단계를 나누고, 단계에 따라 관할 소방서, 소방본부, 소방청을 거쳐 행정안전부, 대통령실 등 관계 기관으로 보고하도록 절차를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1단계는 소방서 한 곳이 출동해서 막을 수 있는 정도의 재난 상황을 말한다. 2단계는 여러 소방서가 합동으로 출동해야 하는 경우, 3단계는 국가적인 대형 재난 때 발령한다. 하지만 소방의 이런 재난 보고 시스템조차 맹점이 있었다. 오후 10시 48분 소방청에서 행안부로 보고가 됐는데 막상 행안부 장관은 이 내용을 비서실을 거쳐 오후 11시 20분에 알게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보다 19분 빠른 오후 11시 1분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보고 시스템상 소방 대응 3단계가 되어야 행안부 장관에게 직접 긴급문자를 보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태원 참사는 2단계였던 만큼, 장관 비서진 등에게만 문자가 전달됐고 장관은 이를 거쳐 연락을 받은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고의 경중에 따라 보고 방식에 차등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재난·안전의 총괄 부서지만 이번 참사 때 경찰 보고를 받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행안부가 경찰국을 신설하긴 했지만 인사 정책 등을 지원할 뿐 수사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지휘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경찰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워 신속한 의사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건희 호서대 재난안전시스템학과 교수는 "경찰청이 독립 외청으로 운영되다 보니 허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3일 "경찰로부터 제때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난안전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경찰청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간 정보 '칸막이' 문제도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재난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다보니 구조 활동이 지연되고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행안부의 수뇌부에 재난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고의 지휘 라인 5명 중 4명이 재난 분야 비전문가라는 지적이다. 이상민 장관은 법조인 출신이고 차관급인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이용철 재난협력실장, 박종현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행정 관료 출신이다. 재난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박용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한 명 정도다. 행안부는 2017년 행정자치부에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국민안전처가 합쳐진 조직이다. 그러다보니 행정자치부 출신 행정 관료들이 본부 조직의 다수를 차지한다.
[그래픽] 이태원 참사로 드러난 재난 보고 체계 문제점
[그래픽] 행정안전부의 재난 대응 주요 지휘 라인 기고자 : 최종석 기자 김윤주 기자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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