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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 겪던 '노브레인' 이성우
정신과 의사 한덕현 찾아가
4개월간 나눈 대화 책으로 내
＂완벽한 음악 원하면 CD 듣지
왜 공연장 가겠냐＂ 말에 위로받아

삐죽삐죽 세운 노란 탈색 머리와 가죽 재킷. 반면 점잖게 내려 빗은 검정 머리에 잘 다려 입은 정장.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밴드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47)와 스포츠 정신과 의사 한덕현(53)은 마치 온몸으로 "우린 다르다"를 외치는 듯한 옷차림이었다. 이들의 경력도 옷차림만큼이나 동떨어졌다. 이성우는 '넌 내게 반했어' 등 경쾌한 펑크록 곡들로 사랑받은 노브레인의 25년 차 보컬. 한덕현은 골프, 프로, 축구 등 다양한 프로 종목의 스포츠 심리 주치의이자 2018년 평창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심리 훈련을 조율해 주목받았다.

이토록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최근 함께 책을 냈다. 제목은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한빛비즈)'. 이성우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겪은 불안감에 대한 고백과 이와 관련해 한덕현과 나눈 문답을 적었다. 다만 무거운 주제와 달리 책을 펼치면 중년 지인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개똥철학과 같은 대화들이 이어진다. 좋아하는 음식, 술, 패션을 묻다가도 성선설과 성악설, 니체, 융 심리학을 논한다.

집필 계기는 제목처럼 이성우가 "답답해서" 한덕현을 찾아간 게 시작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면서 무대가 사라졌고, 이성우의 불면증과 불안장애가 심각해졌다. "(잠 못 자고 시계가) 한 바퀴 도는 게 일상이었다"고 했다. "못 자면 목이 금방 나가요. 공연 망치면 멤버와 관객을 무슨 낯으로 보지. 공연 전까지 무서웠고, 그래서 더 못 잤죠."(이성우)

이후 그는 지인인 야구선수 황재균이 자신의 주치의인 한덕현을 칭찬한 걸 불현듯 떠올렸다고 했다. 그렇게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은 한덕현은 뜻밖에도 이성우에게 "상담 대신 사적으로 만나 조언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평소 노브레인 팬이었거든요. 내담자에게 지나치게 감정 이입하는 '역전이'가 일어나 성우씨에게 손해가 될 거라 생각했죠."(한덕현)

그렇게 지난해 6월 서울 홍대 인근 중식집에서 마주한 첫날, 이성우는 한덕현에게 다음의 말을 듣고 "머리를 쾅 얻어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음식 하나도 이런데, 음악은 얼마나 자기를 갈아 넣었을까. 성우씨, 완벽한 공연 보려면 사람들이 CD 듣지 왜 공연장을 가겠어요." 만나기도 전 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어떤 순서로 먹을지, 술은 뭘 곁들일지 꼼꼼히 짜온 이성우를 보고 던진 말이었다. 특히 "좋아하는 것을 그만둬도 상관없어야 그 일에 더 집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말에 이성우는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한덕현은 이에 "'잘'이란 단어가 평소의 나를 잊게 하는 마법 같은 주문"이라며 설명했다. "프로 골퍼 경기에 따라간 티칭 프로의 제1 금기어가 뭔지 아세요? '야, 백스윙 높다. 잘해.' 이 말 하나면 그날 경기 말아먹는 거예요. 원래 잘하던 사람도 더 잘하려다 보면 평소의 내가 아니게 되고, 오히려 실력 발휘가 안 되는 거예요."이후 두 사람은 약 4개월간 이메일로 긴 문답을 이어갔고, 서로에게 질문과 답을 던진 내용을 모두 추려 책에 담았다.

두 사람은 이 책이 "자기 계발서처럼 읽히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덕현은 "뭘 하라고 시키는 책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또 뭘 해야 할까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자. 놔두자. 그러면 다시 잘 살아갈 거란 게 이 책의 주제예요."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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