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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들 발인 시작
눈물로 떠나보내다

"나쁜 놈아, 네가 먼저 가면 어떡하느냐 나쁜 놈아."

1일 오전 7시 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장례식장의 한 빈소 앞.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세상을 떠난 서모(34)씨의 아버지가 아들의 사진이 걸린 전광판에 손을 얹고 흐느끼고 있었다. 서씨는 취업을 준비하느라 힘든 와중에도 매일같이 아버지에게 영상 통화를 할 정도로 살가운 아들이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경희의료원 장례식장은 유가족들이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찼다.

서씨의 발인식을 앞두고 백발의 서씨 아버지는 아들 영정 사진 앞에서, A4 용지에 직접 적어 온 편지를 펼쳤다. "아들아, 아들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아들아…"라며 낭독을 시작했지만, 오열이 멈추지 않아 아들을 부르기만 할 뿐 준비해 온 말을 끝내지 못했다. 서씨 아버지는 장지로 향하는 운구차에 아들의 관을 실을 때도 "안 된다, 못 보낸다"며 관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의 발인식이 1일부터 시작됐다. 전국 각지로 흩어진 빈소에서 유가족들은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눈물로 떠나보냈다. 장례 절차를 시작한 시간이 희생자마다 각기 달라, 발인식은 2일 이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추모관 빈소에선 이모(26)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환하게 웃고 있는 이씨의 영정 사진은 이번 여름에 대학을 졸업하며 찍은 것이라고 했다. 가족과 친지 50여 명이 이씨의 발인식에 참석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외동딸을 잃은 이씨의 아버지는 빈소에서 운구차로 가는 약 50m의 길조차도 제대로 걷지 못해 휘청거렸다. 운구차 앞에서 관을 붙잡고 한참을 보내지 못한 이씨 가족들은 울음·신음소리와 탄식 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이씨는 핼러윈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혼자만 사고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의 아버지는 "(딸이) 취업 준비 중이었고, 최근 미국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걸 기념해 놀러 간 것"이라며 "몇년 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해서 이태원 간 건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됐다"고 했다. 그는 "참사 전날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원래는 인사하러 나오던 딸이 웬일인지 그날은 방 안에 있어 얼굴도 못 봤다"면서 "그날 아침에 본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장례식장에선 배우 이지한(24)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이씨의 어머니는 운구차 앞에서 이씨의 영정사진에 얼굴을 묻으며 "마술로라도 아들을 살려줘요. 마술밖에 없잖아"라고 오열했다. 이씨는 지난 2017년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한 뒤 배우로 활동해 왔다.

서울·경기 외 다른 지역 출신 희생자들 중 일부는 고향에서 장례를 치렀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오모(24)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은행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던 오씨는 핼러윈을 맞아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단짝 친구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휩쓸려 친구와 함께 참변을 당했다. 지난 2월 계약직으로 은행에 입사해 서울로 혼자 상경한 후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공부를 해왔던 오씨는 최근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오는 4일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영정사진 앞에는 생전 그토록 꿈꾸던 정규직 사령장이 놓였다. 사령장은 전날 빈소를 방문했던 오씨 근무 은행 관계자가 유족에게 전달한 것이다. 어머니는 "딸아 딸아, 어떡하니 정말"이라고 오열했다. 아버지는 "꼭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해지거라"고 했다.

이날 오전 부산 사상구 한 장례식장에서 열린 노모(27)씨의 발인식은 기독교 예식에 따라 치러졌다. 발인식에 참석한 가족들과 친척·지인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 내 울면서 노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노씨의 오빠는 "항상 남을 먼저 챙기는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황망히 떠난 동생을 회상했다. 노씨는 부산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지난 3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전남지역 대학 간호학과로 진학했다. 지난달 29일 친구와 함께 서울을 방문해 이태원에 갔다 사고를 당했다. 기고자 : 류재민 기자 김광진 기자 광주광역시=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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