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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위해 나선 숨은 의인들
인터넷 방송인 등도 구조활동

154명이 숨진 지난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많은 이들이 슬퍼하지만,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도 위험에 빠진 이웃들을 도우려고 나선 시민 의인(義人)들도 많았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참사가 난 골목 바로 인근에서 클럽 2곳을 운영하는 김모(31)씨도 그랬다. 사고가 난 것은 오후 10시 15분쯤이지만 클럽 안에서는 한동안 이런 일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후 10시 50분쯤 사람들이 깔려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직후 영업을 중단하고 클럽에서 나와 직원 100여 명과 함께 뒤엉켜 있는 시민들을 빼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상자를 들고 경찰·소방이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날랐고, 심폐소생술을 한 사람도 많았다. 김씨는 "당시 현장에서 쓰러진 사람을 직접 보고 만지는 게 무서웠지만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이런 일을 겪었지만 사고 직후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인근 상인들이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등의 소문이 퍼졌고, 가게로 비난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본 직원들이 아직 구조 당시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데, 유언비어까지 퍼지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사고 골목 바로 앞 한 주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김상현(29)씨도 사고 직후, 인파 속에서 휩쓸리고 있던 시민 100여 명을 가게 내부로 들여보냈다. 사고가 났다는 걸 알아챘을 때가 10시 20분쯤이었는데 매장에서 나오던 음악을 즉시 끈 뒤 사람들을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빨리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골목에 사람들이 워낙 많았던 터라 가게도 금세 가득 찼는데, 화장실 안으로도 사람들을 들어가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 다른 직원, 가게를 찾았던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부상자들을 옮기고 응급처치를 도왔다.

또 이날 참사 현장에서 5~6명의 시민을 구해낸 인터넷 방송인(BJ)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아프리카TV에서 배지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방송인은 이날 다른 시민들과 함께 참사가 난 골목 벽 쪽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던 시민 5~6명을 건물 위쪽 난간에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구조했다. 기고자 : 박지민 기자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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