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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 서 본 사람은 안다. 학생들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 주는 공포감을. 대학교 4학년, 교생 실습 나갔을 때 '나는 교단에 설 수 없겠구나' 느꼈다. 칠판 앞에 서서 50분 수업을 집중력 있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님"이라고 부르며 장난을 거는 학생들을 훈계해 가며, 시덥잖은 농담을 꾸역꾸역 막아가며 진도를 나가야 했다. 엎드려 자는 학생을 등 두들겨 깨웠다. 벌써 10년도 더 된 얘기다.

요즘 그랬다간 학생한테 험한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인천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은 교사가 "시험 봐야 하니 일어나라"고 하자 교사의 얼굴에 교과서를 집어 던졌다. 교사가 이를 꾸짖자 학생은 재차 교사 얼굴을 향해 교과서를 집어 던졌다. 지난 8월엔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로 수업하는 여성 교사를 아래위로 촬영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됐다. A가 B의 얼굴에 물건을 집어 던졌다면 이는 폭력 행위에 해당한다. 남성 A가 여성 B를 무단 촬영했다면 이는 성폭력에 해당한다. 발생한 장소가 학교이며, 가해자가 학생이고 피해자가 교사라고 해서 폭력과 성희롱의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 일을 이른바 '교권 침해'로 다뤄왔다. 2016년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교권보호법(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경기도 이천 한 고교에서 남학생 3명이 수업 중인 30대 기간제 교사를 폭행하고 침까지 뱉은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이후였다. 법은 '심각한 교권 침해를 겪은 교사에게 전문 상담과 치유를 지원한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도 특별 교육과 심리 치료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실제로 교사가 학생에게 폭언과 폭력 같은 험한 꼴을 당했다면, 교사는 단지 교권이 침해된 것이 아니라 인격권이 침해된 것으로 봐야 한다.

반대로 교사가 학생을 폭언·폭행하는 일은 어떤가. 26일 경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5학년 학생들에게 "개XX" "부모는 너희를 개돼지, 괴물로 알고 키운 것이다"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성인 중에서 학생 시절 교사의 폭언·폭행을 직접 겪거나 본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일을 단지 교사가 학생을 훈육하고 교권을 지키기 위한 행위로 볼 수 있을까. 교사라는 이유로 학생에게 폭언·폭행하는 일은 훈육이 아니라 범죄 행위라고 봐야 한다. '학생 인권 조례'에 저촉되는 문제가 아니라 민형사상 범죄에 해당하는 일이다.

학생이 한 일이니까, 교사가 한 일이니까 교실에서 벌어진 폭언·폭력을 교권과 학생 인권 침해의 문제로 다루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생각이다. 너무 살벌한가. 함께 교생을 나갔던 동기들은 어느덧 10년 차 교사가 됐다. 이들에게 "학교 가기 무섭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퇴직을 고려하는 동기들도 있다. 반대로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보내기 겁난다"고 한다. 위 사례의 경남 5학년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했다. 교사와 학생이 모두 "학교 가기 겁난다"고 하는 현실이 한때 교사를 꿈꿨던 필자가 볼 때 더 살벌한 풍경이다. 기고자 : 이슬비 여론독자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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