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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초선' 연출한 조셉 전 감독
첫 작품 쿠바 한인들 이야기 이어
美 연방하원의원 선거 출마한
한국계 정치인 5명의 도전 담아

"제 인생을 가난하게 만든 날짜이니 물론 기억하죠."

다큐멘터리 '초선(Chosen)'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조셉 전(한국명 전후석·38) 감독이 26일 인터뷰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가 말한 날은 2015년 12월 28일. 코트라(KOTRA) 뉴욕 무역관에서 지식재산권 담당 변호사로 일하던 전씨는 그날 겨울 여행차 쿠바 공항에 내렸다. 당초 1주일 정도 머물고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행 중에 그는 쿠바 한인(韓人)이 1000여 명에 이르고 그중에는 일제 시대 한국 독립운동과 심지어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에 뛰어든 한인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다큐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소설가 김영하의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검은 꽃'과도 흡사한 설정이다. 전씨는 "처음엔 20~30분 정도의 단편을 생각했는데 촬영부터 최종 편집까지 3년 가까이 걸리는 바람에 대형 프로젝트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UC 샌디에이고에서 영화를 공부했지만 그 뒤 시러큐스대 로스쿨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변호사 대신에 독립 다큐 감독이 되겠다는 그의 결심에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다고 했다. 전씨는 "저를 아껴주셨던 선배 변호사들은 '조금 더 경력을 쌓고서 로펌이나 사내 변호사로 가야 할 시기'라며 만류했지만, 원래 마음먹은 건 반드시 실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첫 다큐멘터리가 '헤로니모'였다. 200여 시간에 이르는 촬영분을 1시간 30분으로 압축한 이 다큐는 2019년 11월 국내 개봉 당시 관객 1만6000명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같은 날 한국서 개봉했던 '겨울왕국 2'가 1300만명을 동원해서 개봉일이 정확히 기억난다"며 웃었다.

그의 두 번째 장편 다큐가 '초선'이다. 2020년 11월 미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했던 한국계 정치인 5명의 도전 과정을 촬영했다.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서 처음 공개된 뒤 다음 달 3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씨는 "1992년 LA 폭동에 대해서 전해 듣고 공부하면서 재미 한인들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재미 한인들이 '미국 이민자'에 가까웠다면 30년 전 폭동 사건을 통해서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한 한국계 후보 5명 가운데 4명이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다. 그래서 다큐의 제목도 '초선'. '당선된(chosen)'이라는 영어와 '초선(初選)'이라는 한국어의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흑인 미군 병사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딸부터 이북 실향민의 딸, 한인 목사의 아들인 변호사까지 후보자들의 출신 배경과 정치 성향, 당적(黨籍)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들을 묶어주는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었다. '재미 한인'이라는 정체성이었다. 그는 "한국계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아시아 혐오와 인종차별부터 미·북(美北) 관계까지 정치·사회적 이슈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는 드라마 '파친코'에서 묘사한 재일(在日) 한인 사회나 옌볜(延邊) 한인 동포를 다루는 다큐를 구상 중이다. 그는 "결국 다큐는 나 자신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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