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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가녀장의 시대' 낸 이슬아, 벌써 2만부… 드라마 러브콜도

작가 이슬아(30·사진)가 첫 장편소설 '가녀장의 시대'(이야기장수)를 냈다. 구독료를 받고 매일 이메일로 글을 보내는 '일간 이슬아'로 출판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작가다. '부지런한 사랑'(2020) 등 에세이집을 비롯해 열 권의 책을 냈다. 이름을 알린 건 에세이지만, 데뷔작은 단편소설 '상인들'(2013). 그는 "소설을 원래 좋아했고 쓰고 싶었지만, 그동안 에세이를 훈련하기에 바빴다"며 "이제는 소설을 쓸 때가 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소설은 딸이 가장이 된 집안을 그린다. 소설 속 '슬아'는 유명 작가이자 1인 출판사 사장. 할아버지가 중심인 가족에서 자란 그는 '모부'(母父)를 회사에 고용해 각각 부엌일과 청소·운전 등을 시킨다. 딸과 달리, 아버지 '웅이'는 집 밖에 나가 담배를 피워야 한다. 어머니 '복희'가 '웅이' 월급의 두 배를 받는 등 부엌일의 가치가 높게 묘사된다. 가족은 새로운 질서에서 시트콤 같은 일상을 보낸다.

실제 '헤엄출판사' 대표로서 부모님과 일하는 작가의 삶과 일부 겹쳐 보이는 소설이다. 작가는 "'다큐'가 아닌 문학으로서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 했다. 이달 출간된 이후 약 2만부를 찍었고, 여러 제작사로부터 드라마로 만들자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가녀장' '모부' 라는 말이 생소하다.

"가녀장엔 '소녀가장' 'K-장녀'라는 표현에 없는 권위가 있다. 여자들에게 응당 갔어야 할 대접들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부장(家父長)의 '父'를 '女'로 바꾼 표현이다. '모부' 역시 '부모'가 계속 쓰여왔으니 균형을 위해서라도 순서를 바꿔보고 싶었다. 언어는 시대마다 다르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뒤집어 생각하는 게 책의 메시지인가.

"'父'를 '女'로 바꾸면서 달라지는 질서가 전복이라면 전복이다. 그런데 소설에서 생각보다 평범한 일상이 이어진다. 더 큰 주제는 가족이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지난 시대 어른들의 유산 중 좋은 것들만 받아들일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여성 독자뿐 아니라, 소설 속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중년 남성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아버지도 드라마 보듯 책을 읽었다. 저는 책이 아버지, 할아버지, 그리고 중년 남성들을 사랑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중년 남성들을 사랑한다니.

"가부장제 속에서 남성들 역시 힘든 측면이 있었다. 여성성, 남성성은 고정된 게 아닌데 각자 그 속에서 비슷한 모습을 갖추고 사느라 모든 성별이 고생했다. 가부장제 이외의 대안을 상상함으로써 자신이 잘하는 게 무엇인지, 두 성별이 어떻게 팀이 될지를 모색할 수 있다."

―작가 이슬아의 장기적 목표는.

"전성기를 갱신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박완서, 박경리 선생처럼 노년에도 작가로 살아남고 싶다. 지금처럼 종이책을 쓰고, 영상 콘텐츠도 만들며 열심히 살 계획이다." 기고자 :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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