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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의 첫 OTT 드라마 '욘더'
기억으로 구성한 디지털 세계서
죽은 아내와 재회하는 이야기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많죠. 너무 많아서 항상 미안함을 안고 살아요.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이 아름다운 이별을 막는다고 생각합니다. '욘더'에서 재현(신하균)이 불멸이 아닌 소멸을 택했을 때, 세속적 이기심에서 탈출하는 겁니다. 불멸은 인간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이니까요."

천만 영화 '왕의 남자'(2005)를 비롯해 '동주' '박열' '자산어보' 등을 연출한 이준익<사진> 감독이 첫 드라마 시리즈 연출작 '욘더'를 통해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지난 14일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공개된 6부작 SF드라마 '욘더'는 2032년 근미래가 배경. 기억으로 구성된 가상 세계에서 재회하는 주인공 재현과 죽은 아내 이후(한지민)의 이야기를 통해 이 감독은 삶과 죽음, 온라인과 오프라인, 불멸과 소멸의 논쟁을 파고든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이 감독은 "극 중 재현이 디지털로 무한하게 꾸며낸 삶을 경험하며 '만 개의 천국이 아니라 만 개의 고립'이라고 말한다"면서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패자의 안타까움이 제겐 너무 소중해요. 아무도 알아주지 못해도, 결과적으로 실패였어도 최선을 다한 순간이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지요. '욘더'에서든 '왕의 남자'나 '동주' '박열' 등이든 죽음의 의미를 가치 있게 다루고 싶었습니다."

2011년 출간 소설 '굿바이 욘더'를 접하고는 장르적 고민에 시나리오를 썼다 버리길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메타버스 등을 통해 확장된 디지털 세상을 대중이 이미 접했기에 '욘더'의 세계를 굳이 설명하려 노력할 필요가 없는 시기에 도달한 것이지요. 호기심이 이기심으로 이어지는 욘더의 존재에 대해선 의심이냐, 믿음이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관혼상제의 마지막인 제례, 즉 죽음과 관련된 많은 것이 이미 상업화되고 있다"면서 "디지털의 발전과 더불어 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죽음과 욘더에 대해 분명 세대 차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겐 빠르게 다가오는 '내 이야기'일 수 있지만, 20~30대에게 세월만큼 거리가 느껴질 것이란 설명. '욘더'의 시대인 2032년, 그의 모습은 어떨까. "어제와 같겠죠. 같길 바라야죠. 파블로 네루다 시인이 말한 '어릴 적 그 아이는 어디갔을까'라는 질문에 '아직 내 안에 있다'고 말하길 바라야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그렇기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아닐까요." 기고자 :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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