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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기업이 자회사는 물론
거래하는 모든 공급망에 있는
협력사의 ESG 정보 공개 요구 가능

"우크라이나 사태는 장기적으로 볼 때, 기후 환경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이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지금처럼 의존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걸 사람들도 알게 됐기 때문이다."

MS 창립자이자 경영 그루로 통하는 빌 게이츠는 최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에너지 문제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으로 보내던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자,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을 비롯한 각 국가들이 석유·석탄 발전을 늘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추진해 오던 '탄소 중립'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오히려 특정 국가·지역에 국한된 탄소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 확산될 것이라는 게 빌 게이츠의 진단이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기업들도 탄소중립과 사회적 가치 실현, 투명한 지배구조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보호무역주의 확산, 에너지 위기 등 동시다발적으로 경제 위기의 경고등이 켜지면서, ESG 이슈는 뒤로 밀리는 분위기가 있다. 그럼에도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기업들이 ESG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기업은 자회사는 물론 거래하는 모든 공급망에 있는 협력사의 ESG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기업 지속가능성 공급망 실사지침(공급망 실사법)'을 결정했다. 해당 지침은 올 연말 EU의회와 이사회를 거쳐 채택되면, 2024년부터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대상기업의 전 공급망에 걸쳐 환경과 노동·인권, 지배구조 등 ESG 요인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다.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EU가 행정제재와 피해에 대한 민사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EU 기업들과 거래하는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술 발전으로 일상 생활과 문화 전반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환경문제 이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기업의 신뢰도 높여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ESG 이슈에 대한 대응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은 최근 열린 그룹 'CEO(최고경영자)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위기 후 더 큰 도약을 주문하며 "ESG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를 증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LG는 지난 9월 그룹 차원의 ESG 방향성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자·화학·유플러스·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의 ESG 전략과 성과를 담았다. LG가 계열사들의 ESG 활동을 종합한 그룹 차원의 ESG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트도 지난 7월 첫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내놨다. 효성그룹은 ESG 경영 추진위원회 의결을 통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TCFD) 지지를 선언했다. TCFD는 기후변화 관련 정보의 공개를 위해 설립한 글로벌 협의체로, 현재 전 세계 3400개 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고자 : 조성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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