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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오랫동안 '건강의 적'이라는 오해에 시달렸다. 사람들은 저지방 식사가 체중 감량과 심장질환, 만성질환을 예방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식품업계는 저지방 식품을 쏟아냈다. 예상과 달리 저지방 식사는 이러한 질환 예방에 별 효과가 없었다.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무조건 지방을 먹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몸에 이로운 '좋은' 지방 섭취가 건강 유지에 필수란 이야기다. 나쁜 지방은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 함량이 높고, 좋은 지방은 단일 불포화지방산과 다가(多價)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 불포화지방산은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개선하고, 염증을 완화해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라드(lard)는 잘못된 상식이나 편견이 밝혀지면서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며 명예를 회복하고 있는 대표적 지방 식품이다. "저희는 기름을 라드유(油)로 쓰거든요. 돼지 지방을 매일 녹여서 기름으로 만들어서 써요. 식용유에다 튀기는 거 아니에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연돈' 김응서 사장이 "라드유가 돈가스 풍미를 높여준다"며 비법을 배우러 온 돈가스집 주인에게 한 말이다. 연돈은 '골목식당'을 통해 전국구 맛집으로 등극한 돈가스 전문점. 구름 떼 인파가 새벽부터 몰리며 주변 상인들과 마찰이 생기자 가게를 제주도로 옮겼다. 제주에서도 손님들이 텐트를 치고 문 열기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예약제로 바꾼 뒤에는 길어야 5초 만에 예약 마감된다.

라드유는 돼지 지방을 녹여 정제한 식용유의 일종이다. 외식업계에서는 "중국음식이나 빈대떡 등 기름을 사용하는 여러 음식 맛이 예전만 못한 건 라드유를 사용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간편식 유통·개발업체 '요리반상회' 김왕민 연구소장은 "식물성 식용유로 볶거나 튀긴 음식은 식으면 눅눅하고 흐물거리지만, 라드유를 쓰면 바삭함을 유지한다"며 "하지만 라드유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식당들이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라드유는 100g당 포화지방이 39g인 반면, 불포화지방은 56g(단일불포화지방 45g, 다불포화지방 11g·미국 농무부 자료)으로 오히려 더 많다. 다이어트 붐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었던 식물성 기름 코코넛유는 포화지방이 100g당 83g(불포화지방 8g·미국 농무부 자료)이나 된다. 라드유는 심지어 100g당 하루 권장량의 4배가 넘는 비타민D를 함유한 건강한 기름으로까지 소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먹는 식용유 중에서는 들기름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블룸버그 등 유력 언론에서 '당신의 주방에 꼭 챙겨둬야 할 건강식품'이라며 들기름을 소개했다. 뉴욕 등 해외 스타 요리사들도 들기름은 '식물성이면서도 버터처럼 고소한 맛이 나는 독특한 기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올리브 오일보다 이롭다'며 매일 아침 공복에 들기름을 한 숟가락씩 들이켜는 이들이 늘었다.

들기름은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먹는 식용유 중에서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오메가3 함량이 가장 높다. 전체 중량의 60%가 넘는 오메가3가 들어있다. 비타민F 성분이 들어 있어 기미·주근깨를 진정시켜주고 피부를 곱고 매끄럽게 유지하는 등 피부미용에도 좋다. 모근에 영양분을 공급해 머리카락을 튼튼하게 만들며 흰머리를 방지한다. 알레르기 체질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프리미엄 식용유 전문점들은 들깨를 볶지 않거나 가볍게 뽑아 짜내는 '생들기름'과 '저온 압착 들기름'을 판다. 들깨를 높은 온도에서 짙은 색이 나게 볶으면 고소한 풍미도 강해지고 기름도 훨씬 많이 뽑을 수 있지만, 자칫 태웠을 경우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저온 압착 들기름과 참기름을 뉴욕 '대니얼' '아토믹스' '바타드' 등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는 "외국 셰프들이 들기름에 특히 관심이 많다"며 "이들은 '들기름은 식물성 지방이면서도 버터처럼 동물성 기름을 연상케 하는 짙은 고소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며 신기해한다"고 했다. 기고자 : 김성윤 편집국 주말뉴스부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98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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