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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이상한 달이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에 한껏 들떴다가도 하나둘 떨어지는 낙엽에 마음이 착 가라앉기도 한다. 가을이 수확과 조락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 계절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10월의 막바지에 접어들어 올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조금은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인간이 만들어놓은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끝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10월이 되면 연례 행사처럼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라는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흥얼거리곤 한다. 10월의 어느 날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기라도 하면 이 노래가 절로 떠올라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은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나서 행복한 시간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의 시간이 찾아온다. 잃어버린 사랑의 우울한 기억을 담은 '잊혀진 계절'과 'When October Goes(10월이 갈 때)'도 매년 10월의 끝자락에서 찾아 듣거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들이다. 1980년대 조용필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큰 인기를 얻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지금까지도 10월 31일이면 여러 방송에서 들려주는 대표적인 가을 노래다. 배리 매닐로(Barry Manilow)의 감미로운 미성이 돋보이는 'When October Goes'는 'Moon River(문 리버)'와 'Autumn Leaves(고엽)' 등을 작사한 조니 머서(Johnny Mercer)가 죽기 전에 쓴 미완성의 노랫말에서 태어난 노래다. 신해철, 성시경, 김동률, 윤상, 혁오 등의 가수들이 저마다의 감성으로 부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노래다.

언제부턴가 늦가을에 듣는 노래가 한 곡 더 생겼다. 2010년에 개봉한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의 주제곡인 '만추'다. 영화 '만추'는 1966년에 개봉한 이만희 감독의 영화 '만추'를, 시애틀로 배경을 바꾸고 외국인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시 만든 영화다.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탕웨이가 중국어로 직접 노래해 중국판 영화 맺음자막의 배경음악으로 흐르기도 한 '만추'는 잠들지 못하는 늦가을의 어느 밤에 무한 반복해서 듣는 노래다. 노래 마지막 대목에서 새어 나오는 탕웨이의 짧은 한숨 소리에 이르면 괜스레 마음이 아릿해지곤 한다.

곧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탕웨이가 노래한 '만추'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린다 한들 어떻겠어요? 늦가을, 늦지 않았어요. 다 괜찮아요"로 끝난다. 늦가을은 쓸쓸하지만, 혹은 쓸쓸해서 아름답다. 그리고 늦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모두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괜찮으면 좋겠다.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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