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3분기 쇼크… 내년 투자 50% 축소

경기 침체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로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어닝쇼크(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 수준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미국·중국 간 패권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겨울'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올렸다고 26일 밝혔다. 작년보다 각각 6.9%, 60.3% 감소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에 지정학적 문제가 더해진 유례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고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減産)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핵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2% 감소한 10조8000억원에 그쳤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는 최근 "내년에도 반도체 시장이 좋아질 모멘텀(동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도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적) 하락세가 더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위기는 업황 부진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작년보다 60% 넘게 폭락한 3분기 영업이익을 내놓은 SK하이닉스도 "거시 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과정에서 D램, 낸드 수요가 모두 부진해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며 "원가 절감 폭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커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며 PC, 스마트폰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 핵심 부품인 반도체 산업을 타격한 것이다. 실제 애플은 지난달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의 증산(增産) 계획을 철회했고,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하반기 스마트폰 출하량도 작년보다 5.8% 줄어든 1억2900만대 수준으로 보고있다.

이런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주력인 삼성전자는 3분기에 대만 TSMC에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았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 분기(6~8월) 매출이 전년 대비 19.7% 줄어든 66억4000만달러(약 9조4288억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이 최소한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를 줄이고 있고,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인 만큼 구매를 미루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연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가 사상 최대치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로 인한 리스크(위기)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중국에 각각 170억6000만달러(약 24조3156억원), 249억달러(약 35조4900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 기지를 갖춰놓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중국 생산 비율이 D램 45%, 낸드 25% 수준으로 높다. 노종원 사장은 "중국 우시 생산 라인에 EUV(극자외선) 반도체 장비 반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최악의 경우, 공장과 장비 매각 같은 컨틴전시플랜(비상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를 50% 이상 줄이면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투자 축소"라고 설명했다.

공급 과잉 속 반도체 가격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지자 기업들은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키옥시아는 이미 감산을 결정했고, SK하이닉스가 동참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한동안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수급 밸런스(조화)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수익성 악화가 특히 심각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기업들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래픽]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기고자 : 장형태 기자
본문자수 : 213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