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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 '에덴 프로젝트'

축산 악취로 몸살을 앓던 전북 익산시 왕궁면 축산단지가 친환경 생태계 명소로 거듭난다. 익산시는 폐광 지역을 관광형 정원으로 조성한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를 도입해 축산 폐수로 오염됐던 왕궁면 일대를 친환경 지역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익산시가 모델로 삼은 에덴 프로젝트는 영국 콘월주의 생태복원 사업이다. 폐광산에 세계 최대 온실을 만들어 친환경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영국은 지난 2001년 15만㎡ 부지에 유럽연합(EU) 펀딩 등 사업비 2540억원을 투입해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돔을 설치했다. 돔 안엔 열대·온대·지중해·사막 등 세계 각국의 식물 5000여종을 심었다.

폐광산이 친환경 관광지로 변신하자 지역 경제에 활기가 돌았다. 개장 이후 5년간 관람 수입만 2000억원을 벌어들였고, 관광객이 머물며 사용한 돈은 1조3000억원에 달했다. 현재도 매해 약 150만명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영국 왕실이 주최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첫날 환영 만찬이 열려 세계적 명소임을 증명했다. 현재 에덴 프로젝트팀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13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익산시는 내년부터 왕궁면 온수리·구덕리 한센인 정착농원 일대 179만㎡ 부지에 '뉴-에덴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앞서 환경부와 익산시는 지난 2010년부터 내년까지 2000여억원을 들여 왕궁면 일대 축사 95만㎡를 매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왕궁 축산단지의 악취와 수질오염을 잡기 위해 휴·폐업한 축사는 물론 현업 축사까지 매입하고 있다.

그 결과 왕궁 축산 폐수가 유입됐던 익산천의 총인(T-P)은 2010년보다 98% 개선됐고, 악취도 87% 줄어들었다. 익산시 관계자는 "축사 매입으로 환경오염과 극심한 악취문제를 해결한 성공적 모범사례"라며 "뉴-에덴 프로젝트에 필요한 나머지 84만㎡ 부지도 사들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익산시는 지난 8월 영국을 방문해 에덴 프로젝트팀과 뉴-에덴 프로젝트 도입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익산시 부시장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친환경으로 복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설명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익산시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에덴 프로젝트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사업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국토환경 녹색복원사업 등 정부 공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익산 왕궁면 일대는 한때 내륙 최대 한센인 정착촌이었다. 1948년 이후 한센인들을 강제 이주, 격리시킨 곳으로 인구가 1980년대에는 3000명에 달했다. 한센인들은 가마니로 가린 움막을 짓고 농장을 일궈 양계와 양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재래식 축사에선 악취가 진동했고, 축사 옆 빈터에 쌓아둔 축분은 빗물에 저수지로 떠내려갔다.

1997년 저수지 아래에 폐수처리장을 세웠으나 무용지물이었다.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와 SS(부유물질)이 기준치보다 수천~수만배에 이르는 축산 폐수가 하루 1170㎥씩 유입돼 제대로 처리할 수 없었다. 넘치는 축산 폐수는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 가 수질과 악취의 주범이 됐다. 최근 10여년 사이 한센인 1세대가 세상을 떠나고 2·3세대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규모가 줄어들자, 정부와 익산시는 축사 매입을 진행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축사 매입 부지 복원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라며 "뉴-에덴 프로젝트가 원활히 추진되면 왕궁면은 축산 악취 근원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생태계 복원 명소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익산=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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