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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체르바코프는 아내에게 자신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보기에 아내는 이 사건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긴 했지만 브리잘로프가 다른 부서 사람임을 알고는 안심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가서 사과하세요." 그녀는 말했다. "안 그러면 당신이 사람들 있는 데서 예절도 못 차린다고 오해할 테니."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사과를 했는데도 그 사람은 뭔가 이상했어."

- 안톤 체호프 '관리의 죽음' 중에서

얼마 전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여의도 불꽃놀이를 즐겼다. 70분 동안 폭죽 10만발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는 불법으로 주정차한 자동차와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도로를 점령, 정체와 혼잡을 일으켰다. 축제가 끝나고 사람들이 떠난 한강공원에는 짓밟혀 쓰러진 풀과 갈대 그리고 쓰레기 50t이 남았다.

부동산 투기, 뇌물 수수, 부정 입학, 사문서 위조, 논문 표절, 주가조작, 병역 비리, 교통 법규 위반과 세금 체납, 음주 운전과 폭행, 성 상납 등 혐의가 드러나도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고 대통령도 된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도 누린다. 특검 하자며 수사를 지연할 수 있고 '무례한 짓'이라고 화를 내면 조사를 피할 수도 있다. 사면과 감형, 복권 대상 1순위다. 그들은 묻는다. "감히! 내가 누군지 몰라?"

소설 속 공무원은 재채기하다 상사에게 침이 튄 것을 미안해하며 속을 끓이다 죽는다. 웃을 수도 없는 지나친 소심함이지만, 다른 사람의 형편을 살펴서 배려하는 것이 예절이고, 상대를 불쾌하게 하지 않았나, 돌아보는 '어진 마음'이 양심(良心)이다.

크게 탈법한 사람일수록 승승장구 출세해서 큰소리치며 어깨 펴고 다닌다. 그런 뉴스를 매일 보고 듣다 보니 '위법은 능력, 걸리면 무능' 하고 생각이 기운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 차 세우고 불꽃놀이 좀 구경했는데 뭐? 아무 데나 쓰레기 좀 버렸는데 왜?'

힘 가진 자가 법을 무시하면 정의가 되고 다수가 어기면 민주주의가 된다. 불법이 반복되면 관행이 되고 전통이 된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고 적은 스티커는 공중 화장실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기고자 : 김규나 소설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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