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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운용 벤처캐피털 'DSC인베스트먼트' 윤건수 대표 인터뷰

"내년 모태펀드(정부 주도 스타트업 펀드) 규모가 40% 삭감됐습니다. 민간 주도로 가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에 초기 창업만큼 좋은 일자리가 나오는 곳도 없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DSC인베스트먼트의 윤건수(60) 대표는 규모가 축소되는 모태펀드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 투자가 감소한 상황에서 정부 자금마저 말랐다"며 "하지만 이런 불황일수록 혁신 서비스가 나올 기회"라고 말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산실'로 유명한 벤처캐피털이다. 직방(부동산 중개앱)·무신사(패션 쇼핑몰)·컬리(신선식품 쇼핑몰)·두나무(가상화폐 거래소)·로톡(변호사 광고 플랫폼)의 사업 초기에 잇따라 투자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8월 운용 자산이 1조원을 넘기면서, 사모펀드를 제외한 벤처펀드만으로 1조원을 넘긴 여덟 번째 벤처캐피털이 됐다. 모기업이 없는 전업 벤처캐피털 중 1조원 이상을 굴리는 곳은 DSC인베스트먼트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단 두 곳뿐이다.

◇ "불황이 새 혁신 서비스 나올 기회"

윤건수 대표는 범LG 계열 LB인베스트먼트 출신으로, 2012년 독립해 지금의 회사를 세웠다. 그가 모태펀드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창업 때부터 초기 투자를 전문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모태펀드 예산 삭감은) 이미 크게 성장한 기업들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초기 스타트업들에는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다"고 했다. 지난 8월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모태펀드 예산을 3135억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올해보다 40% 감소한 수치다.

윤 대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4.5% 수준으로 올리면 벤처 자본시장은 진짜 겨울처럼 얼어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자금은 수익률이 8%가 넘어야 관리 비용을 감안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때문에 벤처 쪽으로 흘러들지 않는다는 것. 그는 "올해 4분기부터 감원이나 구조 조정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며 "앞으로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는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벤처투자가 단순 '버팀목'이 아닌 '혁신 지렛대'임을 강조했다. 윤 대표는 "불경기가 오히려 혁신 서비스가 다시 나올 찬스"라고 했다. 지금처럼 기사 수급이 안 돼 택시가 안 잡히고, 부동산 거래가 끊겨 매물이 쌓여 기존 업계가 완전히 침체된 시기일수록 제2의 타다나 직방 같은 서비스가 새롭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에 타다가 지금 서비스를 시작했다면, 정부가 앞장서서 밀어줬을 것"이라며 "IT·금융은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변협의 로톡 징계, 국민 편익에 반하는 것"

윤 대표는 로톡·직방 같은 스타트업들이 변호사협회·공인중개협회 같은 기존 단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이 뿌리 내리기에 너무 안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7일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 9명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 징계 처분을 내렸다. 윤 대표는 "소송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변호사를 쉽고 저렴하게 고용하려는 국민 편익에 반하는 조치"라고 했다.

그는 향후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앞으로 플랫폼 분야보다는 기술 분야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투자본부를 바이오테크·딥테크·컨슈머테크 3개 부문으로 정비했다. 윤 대표는 "이제 플랫폼 분야는 거품이 꺼졌고, 수익성을 입증해야 하는 단계"라며 "앞으로는 블록체인·모빌리티·바이오 같은 테크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DSC인베스트먼트 기고자 :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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