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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참가자들

에티오피아에서 온 메르하위 훈데 자이(25)씨는 23일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6시간18분42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마라톤 경험이 전무했던 그에게 춘마는 아버지를 기리는 기회이기도 했다.

아버지 고(故) 로벨레 훈데 자이씨는 6·25 참전 용사로 화천과 철원 격전지에서 싸웠다. 춘천마라톤 출발점인 공지천에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이 있다. 늦둥이로 태어난 메르하위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한국 얘기를 자주 들었다.

화천군이 후원하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으로 올해부터 춘천 한림대 언론정보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지난 6월 6·25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용사들이 방한했을 때 메르하위씨가 가이드를 맡았다. "에티오피아 마라톤 국가 대표 출신인 참전용사 타데세 월데(87)씨가 '스포츠를 통해 우애와 통합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 말에 감명받아 춘마에 참가했다"고 했다.

롱코비드(long covid·코로나 감염자가 장기간 겪는 원인 모를 후유증)를 극복한 이원근(59)씨는 풀코스를 4시간48분 만에 완주했다. 고등학생 때 폐결핵을 심하게 앓은 이후 폐 석회화 후유증을 겪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조금만 격렬한 운동을 해도 숨이 금방 가빠졌고, 어쩔 수 없이 걷기 정도의 운동밖에 할 수 없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끝에 2018년 춘마에서 첫 풀코스 완주를 해냈다. 이후 코로나 사태로 사업이 어려워진 데다 지난 7월 코로나 감염 이후 기침, 가래가 계속되는 롱코비드에 시달린 그는 중단했던 마라톤을 다시 시작했다. 두 달 넘게 훈련하면서 기침, 가래도 차츰 사라지고 건강과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날 두 번째 풀코스를 완주한 그는 "이번 춘마를 반등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70세 이상 회원들이 모인 '칠순 마라톤 동호회(칠마회)' 17명도 3년 만의 의암호 단풍을 맘껏 즐기며 달렸다. 올해 15주년을 맞아 기념 책자를 발간한 칠마회 전체 회원은 38명. 이들의 평균 연령은 75세, 평균 풀코스 완주 횟수는 417회에 달한다. 전용구(76)씨는 이날 춘마 풀코스 20번째, 다른 대회 포함 1085번째 풀코스 완주(5시간6분58초)에 성공했다. 최남수(75)씨는 최고령 페이스메이커로 나서 4시간4분31초에 골인했다.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한 대회만 140여 회에 이른다. 칠마회 창립 회원이자 최고령자인 손유현(85)씨는 풀코스에 도전해 오후 4시 50분쯤 결승선에 도착했다. 공식 기록은 측정되지 않았지만 "스피드보단 꾸준함이 미덕"이라고 했다.

서울 화곡고 교장 배상우(59)씨는 생애 처음 풀코스에 도전해 5시간38분20초 만에 완주했다. '화곡고 수능 대박!'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뛰었다. 그는 "2020년에 입학한 학생들이 3년간 코로나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못 받고, 수학여행도 못 가서 추억거리가 없는 듯해 안타까웠다"며 "수능 앞둔 고3 제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춘마에 나섰다"고 했다.

경기 가평의 대안학교 '샬롬자유학교' 학생 17명은 10㎞에 단체 출전했다. 이 학교는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짜는데, 한 학생이 지난 봄 '마라톤 대회에 다 함께 나가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기고자 : 춘천=김상윤·김영준·류재민·이영관·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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