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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도서전 찾은 젤렌스카 여사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전쟁을 겪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알리고, 그들을 돕는 것입니다. 고국을 떠나,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는 난민 어린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입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규모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우크라이나 부스. 전쟁의 고난을 겪는 이 나라의 출판사 20여 곳이 참여해 전 세계 출판인과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교실 두 개 크기 정도의 전시 공간에는 전쟁 관련 책 외에도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소설과 그림책 등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기간 내내 수백명의 인파로 북적였던 우크라이나 부스 한편에는 작은 무대가 마련돼, 개막일인 지난 19일 이후 닷새 내내 전쟁의 잔인함을 성토하는 토론회가 이어졌다.

이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44)가 전시장을 직접 찾아 전쟁의 참상을 전했다. 독일 대표적 여성지 브리기테(BRIGITTE)가 주최한 대담회에 참석한 그는 고국을 떠나 난민 처지가 된 어린이들에게 도서 지원이 절실하다며 우크라이나 사업가 안드리 슈멜스키씨가 난민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과 오디오북으로 구성한 도서 패키지인 '베터 타임 스토리(Better Time Story)'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기부자가 책을 구매하면 난민 어린이들에게 책 꾸러미가 전달되는 방식. 책을 통해 가족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 던져진 어린이들을 돕자는 취지다.

젤렌스카 여사는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알리는 '외교관'으로 자신의 역할을 정의했다. 소셜 미디어 활동은 물론, 7월엔 외국 대통령 부인 최초로 미 의회에서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전쟁 폐허를 배경으로 미국 패션지 '보그' 화보를 찍었다. "저는 러시아에 의해 꿈을 잃은 우크라이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비판보다 나쁜 건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단호한 어조로 그가 말했다.

안전 문제로 남편과 두 자녀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그는 우크라이나의 삶을 '적응할 수 없는 일상'으로 묘사했다. "매일 '안전한 삶'이라는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아요. 우크라이나 국민은 하루 중 절반 이상을 벙커에서 보내기도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전쟁 이후 아빠를 몇 번 본 게 전부예요.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삶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현실은 때로 '블랙 유머'처럼 느껴진다. "2주 전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놀이터가 구덩이가 되어 버렸어요. 며칠 뒤에 보니,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은 미사일이 만든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더군요."

그가 바라는 것은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베드(bed) 타임 스토리'가, 더 나은 삶을 말하는 '베터 타임 스토리'가 되는 것. "책을 통해서, 전쟁이 만든 삶의 장벽들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남녀 구분 없이 모든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확실한 건, 우리는 항상 승리를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고자 : 프랑크푸르트=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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