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전국 최대 대추 산지 경북 경산서 22일부터 이틀간 '대추축제'

"우와, 이렇게 맛있는 대추는 처음입니다. 과즙도 많고 달고 아삭거리고…."

지난 7일 오전 경북 경산시 압량읍 강서리의 한 대추밭. 농장주 손경호(59)씨가 방금 수확한 생대추를 한주먹씩 나눠주자 한입 베어 문 길손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이날 손씨의 농장에선 10여명의 인부들이 장대를 이용해 대추나무마다 조롱조롱 탐스럽게 달린 대추를 수확하고 있었다. 장대로 대추 나뭇가지를 한번 두드릴 때마다 '우두두두….' 검붉은 대추가 우박처럼 쏟아졌다. 어느새 바닥에 깔린 열매보호용 매트에는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대추가 수북이 쌓였다. 농장 한 쪽에선 '윙윙' 기계음과 함께 대추와 잎을 분리하는 풍로작업도 쉼 없이 이어졌다. '반드시 붉은 대추만 선별해 따야 한다'는 손씨의 주문에 인부들의 손길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손씨는 2대째 대추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아 수령 30년 넘은 대추나무만 500그루가 넘는다. 손씨가 지난해 1만여㎡(약 3000평) 농장에서 수확한 대추는 12.6t. 시중가로 1억5000만원에 이른다. 일반적인 농가에선 붉은 대추나 설익은 연두빛 대추를 한꺼번에 수확하는 반면 손씨는 수확시기를 2~3번에 나눠 붉은색을 띤 잘 익은 대추만 고집하고 있다. 인건비가 두 세배 더 들더라도 당도가 높고 품질 좋은 대추를 수확하기 위해서다. 손씨는 "경산만 벗어나면 대추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일조량이 풍부한 덕에 품질이 우수한 경산대추는 복숭아 보다 높은 당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추의 본향, 경산대추가 최고인 이유

'대추 보고도 안 먹으면 늙는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추는 건강에 좋은 과일이다. 혼례 때 시어른들이 신부에게 자손 번창의 의미로 사용되는 대추는 한약 재료와 제사상, 회갑연 등 잔치상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동의보감에는 '대추는 백약을 조화롭게 하고 해독작용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대추는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음식 삼계탕에도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고명과 한과 등 다양한 식재료로도 사용돼 왔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 빠지지 않는 대추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경산이다. 지난해 기준 520ha 면적에 1102개 농가에서 대추 수확량은 3611t이다. 전국 대추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산림청은 경산대추의 우수성과 명성, 지리적 특성, 역사성 등을 고려해 대추 산지 중 전국 처음으로 2007년 1월 지리적 표시 제9호로 등록, 인증했다.

인도와 중국 남부지역이 원산지인 대추는 우리나라에선 고려시대 식화지(食貨志) 명종 18년(1188년)에 밤나무나 대추나무 재배를 적극 권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신동국여지승람 등에도 지방 토산품으로 경산대추의 존재를 기록하고 있다.

경산대추는 비옥한 사질토에 풍부한 일조량 등 천혜의 자연 환경 조건, 오랫동안 축척된 재배기술로 알이 굵고 무기질, 비타민, 사포닌, 알카로이드 등의 성분이 풍부해 국내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생대추의 경우 아삭한 식감과 풍부한 과즙, 높은 당도가 으뜸이다. 특히 대추 발육에 적합한 압량읍 금구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추는 최고의 품질로 꼽는다. 2005년 행정안전부가 정보화마을로 선정한 '금구 맛대추마을'은 원활한 대추유통을 위해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경산대추 생산량의 약 95%는 말린 대추(건대추)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대추를 말리는 과정에서 약용성분이 더 응축되기 때문이다. 마른대추는 하폴리페놀이 증가해 항산화 효과가 증대되고, 식이섬유 함량과 인체의 대사를 돕는 아미노산인 아스파르트산이 생대추 보다 각각 3배,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대추의 고장답게 경산에는 마른 대추를 활용한 음식점들이 다양하다. 대추한정식과 대추떡갈비, 대추찜갈비, 대추 삼계탕과 갈비탕 등이 경산 대표음식으로 지정됐다. 대추인절미와 대추두텁떡, 대추빵, 대추한과 등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기업도 손짓한 경산대추… 가공산업·6차산업으로 도약

경산에는 대추의 우수성을 접목시킨 대추 가공식품 회사들이 속속 들어서 저마다 비법으로 부가가치와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미송은 대추의 효능을 살린 전통약주와 막걸리를 빚고 전통주 제조 교육과 체험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대흥㈜은 2002년부터 대추슬라이스를 개발한 후 대추를 이용한 대추잼·대추정과·대추즙·대추초·대추홍삼고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한반도㈜는 대추농가 100여 곳에서 공급받은 대추로 만든 대추칩과 대추발효초, 첨가물 없는 대추진액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코로나 극복 기원 차원에서 국가보훈처 등 2년 연속 정부에 경산대추선물세트를 납품했다. 바람햇살농장은 대추즙 가공을 통한 온라인과 직거래 판매, 농장 한옥체험과 귀농귀촌교육의 6차산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경산대추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각종 사업들도 진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한 '경산대추지구'는 2021년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올해부터 4년 동안 국비 등 총 사업비 30억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대추 융복합산업관 조성 및 네트워크 구축으로 생산기반 강화, 체험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관광활성화, 신제품 제품 개발 등 경산 대추에 대한 고부가가치화 및 브랜드화를 추진한다.

경산대추는 대기업에서도 러브콜을 하고 있다.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30일 경산시와 농협중앙회 경산시지부와 '경산대추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지역 농가의 농산물을 구매하고 이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해 농업 성장을 지원하는 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파리바게뜨는 이미 수매한 경산대추를 활용해 파운드케이크, 파이, 샌드, 마들렌 등 4종류의 제품을 출시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파리바게뜨사와 직거래를 통해 경산대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신규 사업 투자유치 등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앞으로 경쟁력 있는 품종 개발과 가공산업, 6차산업 육성 등을 통해 새로운 수요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산시는 경산대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10월 경산대추축제를 열고 있다. 2006년에 이어 올해 11회째로 열리는 경산대추축제는 오는 22일~23일 경산생활체육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장에는 직거래 판매와 대추관련 다양한 체험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가 마련된다. 김창남 경산시 홍보담당은 "축제기간 중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 선정한 남산면의 저수지인 반곡지 방문을 권한다"며 "반곡지는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내 최근엔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추천하는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본문자수 : 336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