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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감독 취임

'국민 타자' 이승엽(46)이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 대신 두산의 네이비색 모자를 쓰고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역 생활 23년 중 일본에서 뛴 8년을 제외한 15년간 삼성에서만 뛰었던 그는 지난 14일 두산의 11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취임식을 가진 그는 "삼성에서 받은 큰 사랑을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겠다"면서도 "어떤 야구복을 입든 야구는 다 똑같다. 내년 시즌 삼성과 맞붙어도 두산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감독' 이승엽은 "꿈을 이뤘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꿈에 그리던 감독 유니폼을 입어 기쁘다"며 "이 힘든 서바이벌의 세계에 다시 돌아왔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선수 생활 하면서 승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그게 내 천직인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야구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 있어서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3번 우승한 강팀이었지만, 올해는 정규 시즌 9위에 그쳤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고 이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이 감독은 "당장 내년에 우승하겠다는 말은 아직은 섣부르다"며 "올해보다는 내년에 조금 더 좋은 성적, 후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서 계약 기간 3년 안에 한국시리즈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2017년 선수 은퇴를 한 뒤 KBO(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과 방송 해설위원 등을 맡았다. 코치 생활이나 연수 등 지도자 생활을 경험하지 않고 감독으로 직행했다. 이 감독은 "초보 감독이라고 말하는데 현역 때부터 야구만 생각하며 '감독 이승엽'을 준비해왔다. 자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내가 경험이 없는 만큼 김한수 수석코치(전 삼성 감독)와 좋은 호흡으로 훌륭한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야구 철학으로 기본기와 디테일을 꼽았다. 그는 "선수 시절 맞붙었던 두산은 탄탄한 기본기와 디테일로 상대를 압박하는 팀이었다"며 "그때의 '허슬두'를 다시 구축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선수들을 향해서는 "기본적으로 편하게 대해주겠지만, 그 전제는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중 나태한 플레이가 나오면 간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스타, 신인할 것 없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줄 것이다. 더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가 기회를 받고 결과를 내는 선수가 경기에 나설 것"이라며 경쟁 체제를 예고했다.

그는 팀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으로 포수를 꼽았다. 주전 포수 박세혁이 있지만 FA(자유계약선수)로 팀을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감독은 학교 폭력 논란이 있는 이영하와 김유성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라며 "선수들이 해결해서 팀에 돌아왔으면 좋겠고, 필요하다면 나도 함께 가서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19일 시작하는 마무리 캠프부터 팀을 지휘한다. 그는 "우선 선수단을 파악하는 시간을 먼저 갖겠다. 그동안 두산이 연속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시즌 중 부족했던 부분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한 것 같다. 올해 마무리 캠프를 복습의 기회로 삼고, 내년 이맘때에는 가을 야구 경기를 하고 있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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