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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50여개 기업 통해서 美 원천기술, 中에 넘어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과정에 미국의 첨단 기술이 이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음속보다 5배 빠른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해 전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미국은 그간 극초음속 무기 관련 기술 등에 대해 철저한 대중·대러 수출 통제를 시행해 왔지만,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기술을 활용해 미국보다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앞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가 안보 관련 핵심 기술의 대중 수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WP는 이날 미 국방부 공개 계약서와 중국 정부 자료 등을 분석, 2019년 이후 최근까지 300개 이상의 미국 원천 기술이 약 50개 기업을 통해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개발과 관련된 기관 수십 곳에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애리조나에 있는 조나테크놀로지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메타콤테크놀로지는 다른 회사를 거쳐 중국항공역학원(CAAA)에 기체역학 시뮬레이션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CAAA는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 디자인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WP는 "CAAA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무기로 쓰일 수 있는 품목을 모두 금지하는 '캐치올(catch-all) 규제'에 따라 (해당 거래를) 미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 두 업체는 모두 미 행정부의 '기술 혁신 지원 프로그램(SBIR)'에 선정돼 지원금으로 각각 3160만달러(약 450억원)와 139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미국의 세금이 중국의 무기 개발에 흘러간 셈"이라고 했다.

2020년에는 펜실베이니아 소재 IT 기업 앤시스가 한 중국 회사를 통해 베이징이공대(BIT)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기간 중 이 같은 보도가 나온 것은 시 주석에 대한 반대 여론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WP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겠다고 위협하는 중요한 연구 분야에서 고급 소프트웨어가 꾸준히 (중국에) 유입되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처한 도전 과제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기고자 :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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