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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초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았다. 그는 마이크 앞에서 인플레감축법, 반도체지원법 등을 거론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현대 공급 측 경제학(Modern Supply-Side Economics)'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앞서 1월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처음 '현대 공급 측 경제학' 개념을 꺼냈다. 그는 "현대 공급 측 경제학은 노동 공급과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공급 측 경제학' 하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인 '레이거노믹스'를 떠올린다. 레이거노믹스는 1970년대 오일 쇼크로 터진 물가 폭등을 케인스주의식 재정 확대로 대응했다가 오히려 물가만 더 높이고 경제를 침체 수렁에 빠트린 데 대한 반성으로 등장했다. 감세, 작은 정부, 규제 완화의 패키지 정책으로 민간 활력과 경제 생산성을 높여 성장을 북돋웠다. 레이건은 재임 8년간 일자리 1650만 개를 만들어, 1860만 개를 만든 미국 1위 일자리 대통령 빌 클린턴 다음으로 고용을 많이 늘린 대통령이란 말을 들었다.

다만 옐런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인 만큼 민주당이 반대하는 감세는 정책 리스트에서 지웠다. 대신 공급 측면에 막힌 곳을 뚫어 경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레이거노믹스의 정신을 따왔다.

그런가 하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공화당은 정통 레이거노믹스를 따르는 정책을 냈다. 지난달 하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 의원은 향후 어젠다를 정리해 '미국에 대한 헌신(Commitment to America)'을 발표했다. 경제 정책은 정부 지출을 줄이고 감세하면서 규제는 풀겠다는 게 우선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갖추고, 미국산 에너지를 늘리는 한편 경제의 경쟁력과 사이버 복원력을 높이겠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이 레이거노믹스에 다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미국은 코로나 위기에 케인스주의식 재정 풀기와 중앙은행 돈 풀기로 대응했다. 재정과 양적 완화로 푼 돈만 9조 달러가 넘는다는 추산도 있다. 그 결과는 8~9%의 높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올 들어 연준은 금리를 연 3% 넘게 올리며 고물가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제에 먹구름은 짙어지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덮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눈앞에 왔다.

이런 가운데 성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면 선택지가 별로 없다. 당분간 고물가, 고금리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다시 케인스주의식 재정 풀기와 금리 인하로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에 기댈 순 없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성장을 위해선 공급을 자극하자는 레이거노믹스와 공급 측 경제학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런데 현대판 레이거노믹스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최근 영국 트러스 정부는 레이거노믹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세를 깜짝 앞세웠다가 역풍을 맞았다. 곰곰이 따져 보면 영국도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선 성장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고민의 산물을 낸 것이다. 하지만 감세와 동시에 작은 정부를 추구했던 레이거노믹스와 달리 재정 감축 방안을 내지 않았던 게 실책이었다. 충격 요법이 아닌 차분히 비전을 설득하는 추진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도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감세와 지출 축소를 같이 하겠다고 했다. 거기서 그치지 말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공급 측면에 막힌 곳은 없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공급 혁신으로 성장 활로를 뚫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고자 : 방현철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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