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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보다도 빠른 맛집 유행 활용… 상표·레시피 등 지적재산권 경쟁

외식 기업 GFFG는 지난 12일부터 마켓컬리와 손잡고 자사 수제 버거 다운타우너가 만드는 핫도그를 간편식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자사 노티드 도넛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신한카드와 함께 '노티드 카드'도 만들었다. GFFG 측은 "푸드 지재권은 간편식을 만드는 방식만 아니라 각종 제품 협업, 굿즈 판매까지 다양한 방식과 영역으로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심은 최근 유명 삼겹살집 '금돼지식당'과 협력해 '금돼지식당 돼지김치찌개면'을 출시했다. 농심은 이번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유명 맛집의 조리법과 브랜드 같은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해 레스토랑 간편식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맛집이 사람들을 끄는 강력한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맛집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식품·유통 회사가 유명 맛집과 협업해서 간편식을 출시하는 수준을 넘어, 맛집의 지식재산권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갈수록 치열한 '맛집 IP' 확보전

오뚜기는 지난달 사찰 음식 식당으로 유명한 두수고방과 함께 죽 4종류와 컵밥 4종류를 비롯한 레스토랑 간편식을 새로 내놨다. 오뚜기 관계자는 "고급 음식점 수준의 간편식을 찾는 이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유명 식당의 지재권을 앞세우지 않고선 신제품 출시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밀키트 1위 업체 프레시지는 개업 30년 넘는 노포(老鋪)들을 찾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화횟집·지동관·장흥회관 같은 가게의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든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이 식당들은 자신들의 오래된 조리법을 지식재산권으로 바꾸는 작업을 할 수 있어 좋고 우리는 맛집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어서 서로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명한 맛집들은 그동안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늘려나가는 형태를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엔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매장 개수를 늘리는 대신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음식과 매장을 콘텐츠처럼 만들어 유행시킨 다음, 이를 바탕으로 조리법에 대한 지재권을 가지고 로열티를 받고 간편식을 판매하거나 브랜드 콘텐츠와 상표권을 바탕으로 2·3차 사업으로 늘려나가는 식이다.

맛집 지재권을 확보·유통하는 플랫폼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식 플랫폼 캐비아는 삼원가든, 레스쁘아 뒤 이부, 을지로보석, 안동국시, 모퉁이우 같은 맛집 지재권 150개를 확보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유 주방 사업을 주로 하던 푸드 스타트업 '키친엑스'도 맛집 지재권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엔 간편식 제조업체 '요리반상회'를 인수했다. 키친엑스 관계자는 "올해 안에 지역 맛집을 활용한 간편식을 내놓고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외식 공간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굿즈·티셔츠까지 '맛집 유니버스' 싸움

간편식을 출시하는 것을 넘어 맛집 관련 이색 상품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려는 새로운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유튜버 박막례씨와 손잡고 '막례스토랑'을 열었다. 간장 비빔국수 같은 조리법으로 구독자 127만명을 모은 박씨의 푸드 지재권을 활용해 떡볶이·호박식혜 같은 음식뿐 아니라 박씨의 재미있는 표현들을 활용한 티셔츠·굿즈도 판다. 현대백화점은 "맛집 지재권을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25는 최근 퓨전한식당 호족반과 간편식을 출시하면서 호족반 로고를 찍은 잠옷·티셔츠 1500여 개를 경품으로 내놨다. 한세엠케이도 자사 패션 브랜드 TBJ와 금돼지식당과 협업한 티셔츠를 판매했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제품 수백 장을 내놓자마자 하루 이틀 만에 품절됐다"고 말했다.

[그래픽] 맛집 지재권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 기고자 :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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