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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월요일엔 유독 바람이 많이 분다. 딱히 헤아려 본 건 아니지만 바람에 스티로폼 상자와 비닐이 날아가서 경비 아저씨들이 그걸 주우러 뛰어다니는 걸 여러 번 봤다. 분리수거가 되지 않는 쓰레기를 내놓아도, 종이 상자를 뜯어 펼치지 않고 던져도 아저씨들은 별말 하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한다. 괜히 주민들과 입씨름해서 좋을 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분리수거는 오후 2시에 시작하는데 아침부터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 맨땅에 던져놓은 스티로폼과 전단 같은 것들이 마구 날아간다. 아저씨들의 일은 자정 가까이 돼서야 끝난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쓰레기 수거 트럭이 오기 때문에 미리 큰 자루에 넣어 묶어놓아야 한다. 바람에 빈 스티로폼 상자가 굴러가고 경비 아저씨가 그 상자를 뒤쫓는 장면은 서글픈 드라마처럼 보인다.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던 입주자 대표 회의록에서 본 것 같은데, 그렇게 하루 종일 쓰레기 정리를 하고 받는 수당이 1인당 2만원인가밖에 되지 않았다.

개를 산책시키느라 아침저녁으로 아파트를 한 바퀴씩 돌다 보면 경비 아저씨들이 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떤 젊은 남자는 항상 똑같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담배꽁초를 꼭 하수구에다 버린다. 그 하수구에는 그 남자의 DNA가 묻어있는 특정 브랜드 담배꽁초들이 늘 즐비했다. 하수구 덮개를 열고 그걸 끄집어내는 경비 아저씨는 그 남자의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을 것 같았다. 누구보다 아파트 안을 자주 돌아다닐 경비 아저씨들도 꽁초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 것이다. 꽁초 줍느라 굽어진 등에 너희 아버지더러 꽁초 주우라고 해라, 라고 써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날 하수구에 담배꽁초가 들어가지 못할 만큼 촘촘한 그물망이 씌워졌다. 꽁초 버린 놈에게 벌금을 물리든지 CCTV로 찍어 망신을 주든지 하는 게 쉬운 해법이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경비원이 입주민 상대로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금기인 모양이었다. 남자들이 은퇴 후에 경비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웬만큼 성불(成佛)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인 듯했다.

맑게 갠 주말 아침에 경비 아저씨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물청소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코를 쥐고 들어와 손도 대지 않고 페달 밟아 여는 쓰레기통을 수세미로 닦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청소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너무 더러우면 주민들이 뭐라고 해서 가끔 청소한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그 노인의 고된 삶에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고자 :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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