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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정기예금 금리 年 5%선 근접, 지난달 32조 역대최대 증가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5%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일부 저축은행에선 이미 5% 정기예금이 출시됐다. 한국은행의 사상 두 번째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정기예금 금리(이하 1년 만기 기준)도 연 5%가 표준이 된 것이다.

저금리 기조 속 위험 자산으로 이동했던 시중 자금이 은행 예·적금 등으로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9월 은행 정기예금은 월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예금 금리 5%, 돌아온 '저축의 시대'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중 6곳이 연 5%대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날 기준 예가람저축은행의 비대면 정기예금 상품이 연 5.15%로 금리가 가장 높았다. 1000만원을 예치하면 세후 이자 약 43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 동원제일·한국투자·HB·JT친애·영진저축은행 등도 정기예금 금리가 5%대에 진입했다. 이날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연 4.27%로 집계됐다. 지난 1일까지만 해도 연 3.85%였는데 보름도 되지 않아 0.42%포인트가 올랐다.

5대 시중은행 예금 상품들 금리도 연 5% 선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높은 1%포인트까지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자 우리은행은 최대 1%포인트, 신한은행은 0.8%포인트, NH농협은행은 0.7%포인트까지 수신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KB국민·하나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 폭을 반영해 늦어도 다음 주 안에 수신금리를 올릴 계획이다.

13일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비대면 '우리 첫 거래 우대 정기예금'의 금리가 가장 높았다. 이번 수신금리 인상으로 최고 금리가 기존 연 3.8%에서 4.8%로 뛰었다. 그렇다고 은행별로 모든 예·적금 상품 금리가 일괄적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같은 은행이어도 상품별로 수신금리 인상 폭이 다르다. 일례로 신한은행에서 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쏠편한 정기예금(연 4.5%)'은 이번에 오른 금리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8월부터 은행권 예대금리 차가 월별로 공시돼 은행 간 비교가 가능해진 데다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 이후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풀어줬던 규제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함에 따라 은행들이 예금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 것도 금리 인상 경쟁의 원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현금·국공채·예금) 비율을 뜻하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내년 7월에 100%로 강화된다. 자금 인출 사태 같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간 자체적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9월 정기예금 32조원 증가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시중 자금은 빠르게 은행 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정기예금은 32조5000억원 늘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를 낸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3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개월(7~9월) 사이 늘어난 은행권 정기예금은 85조4000억원 규모다. 기간이 2배로 긴 올해 상반기(1~6월) 증가액(46조1000억원)의 2배에 가깝다. 한은 관계자는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 자금이 유입되고, LCR을 높이기 위해 은행권이 자금 유치 노력을 하면서 정기예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했다.

반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1조2000억원 줄었다.

[그래픽] 정기예금 증감 추이

[그래픽] 5% 넘은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 5대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기고자 :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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