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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4차전서 프랑크푸르트에 역전승 이끌어

손흥민(토트넘)이 그야말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시즌 초반 부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경기력이 빛났다.

손흥민은 13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프랑크푸르트(독일)와 벌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D조 4차전에 선발 출전, 두 골을 몰아치며 3대2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은 0-1로 끌려가던 전반 20분 날카로운 침투로 상대 수비 라인을 허물었고, 동료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동점골을 뽑았다. 케인의 페널티킥 골(전반 28분)까지 더해 2-1로 앞서던 전반 36분 손흥민은 호이비에르가 오른쪽에서 띄운 공을 페널티박스 안에서 그림 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다시 한번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은 후반 41분 교체됐고, 이후 토트넘은 한 골을 허용했지만 추가 실점을 막아 승리를 챙겼다. 토트넘은 2승 1무 1패(승점 7)로 D조 1위에 올랐다.

◇돌파, 슈팅, 골까지... '원맨쇼'

손흥민은 자신의 강점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훨훨 날았다. 경기 초반부터 예사롭지 않은 오프 더 볼(off-the-ball ·공 없을 때) 움직임으로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빠른 스피드로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손흥민은 이날 6차례 슈팅을 모두 유효 슈팅(골대 안으로 향하는 슛)으로 연결했다. 사각 지역에서도 공을 골문 앞으로 날렸고, 상대 골키퍼 케빈 트라프가 발을 뻗어 간신히 막아낸 슈팅도 있었다. 트라프는 손흥민에게 두 골만 허용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였다.

후반 15분엔 빈 공간 침투로 상대 선수의 퇴장까지 유도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됐고,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에게 양 팀 통틀어 최고인 9점대 평점을 매겼다.

오른발, 왼발로 번갈아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첫 골을 지난 6일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잔 피에로 벤트로네 토트넘 피지컬 코치에게 바쳤다. 골망을 가른 손흥민은 오른팔에 차고 있던 검은 추모 완장을 벗어 입에 맞춘 뒤 하늘을 보며 애도했다. 두 번째 골이 터지고 나서야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다시 떠오른 페리시치와 궁합 문제

손흥민은 지난달 18일 레스터시티와의 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고, 13일 2골을 더해 총 시즌 5골을 넣었다. 그가 골을 넣은 올 시즌 두 경기는 윙백으로 이반 페리시치 대신 라이언 세시니온이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페리시치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기회만 있으면 공을 갖고 위로 치고 올라가는 스타일이다. 이때 페리시치와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는 손흥민은 뒤 수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반면 세시니온은 전형적인 윙백으로 공격수 뒤쪽에서 본연의 임무인 수비에 치중하면서 다른 공격수를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페리시치는 일반적인 형태의 윙백은 아니다. 손흥민의 시간과 공간을 잡아먹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손흥민은 세시니온 같은 전형적인 윙백과 합이 맞는다. 세시니온은 패스를 빠르게 하고 민첩하다"고 말했다. 속도와 골 결정력이 강점인 손흥민에겐 빠르게 공을 건네줄 윙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시니온은 13일 경기에서 공간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패스를 손흥민에게 건네며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현지에선 손흥민이 시즌 초반 골을 못 넣는 이유로 '폼' 문제를 지적했지만, 단순히 기량 저하라기보다는 라인업의 문제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이 때문에 나온다.

A조에선 나폴리(이탈리아)가 같은 날 아약스(네덜란드)와 벌인 조별리그 4차전 홈경기에서 4대2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를 지켰다. 4승(승점 12)을 챙긴 나폴리는 3위 아약스와의 승점 차를 9로 벌리며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상위 2팀에 주어지는 16강행 티켓을 확보했다.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나폴리)는 풀타임 활약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기고자 :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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