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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환율 잡으려…
한은 5연속 금리인상
특히 9월 말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400원대로 올라서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 경보음이 부쩍 커졌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부각된 것이다. 한은은 이런 불안 요소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고, 이런 판단에 따라 "앞으로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이창용 총재의 7~8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를 깨뜨리고 역대 두 번째 빅 스텝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파른 원화 값 하락 막기 위해 빅스텝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환율 때문만은 아니지만 9월에 원화가 급격히 평가 절하된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화 값 하락의 위험을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의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먼저 "당연히 수입 물가를 올려서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 부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달러를 주고 들여오는 원자재나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어 "원화의 평가절하가 금융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한·미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외화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9월에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출로 전환됐다. 또한 환율 변동성도 커지고 있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22.8원 뛰더니, 12일에는 10.3원 내리며 1424.9원으로 마감했다.
이 총재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최종 기준금리를 연 3.5%로 보는 시장 기대치에 대해 다수의 금융통화위원들이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정점으로 예고한 3.5%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시기에 대한 언급은 꺼렸지만, 시장 전문가 중에서는 오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세 번째 빅 스텝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11월 초 금리 결정과 국제 유가 변동 등 대외 여건 변화를 점검해 다음 금리 인상 폭을 정하겠다"고 했다. 연준이 11월 1~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얼마나 올리느냐를 확인한 뒤 한은이 11월 24일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로 끌어올렸지만 연 3~3.25%인 미국보다 여전히 낮다. 게다가 연준이 오는 11월 초에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한·미 간 금리 차이는 1%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이 총재는 "연준의 최종 금리 전망이 당초 4%에서 4%대 후반으로 상당 폭 높아지면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로 내년 성장률 1%대 가능성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가계는 소비 여력이, 기업은 투자 여력이 각각 줄어들게 된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8월 전망치(2.6%)에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8월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첫 빅 스텝 당시 금통위원 전원(7명)의 만장일치였던 것과 달리 이날은 빅 스텝에 반대해 0.25%포인트만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2명(주상영·신성환 금통위원)에게서 나왔다. 그만큼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하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갈수록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내년 세계 경제 기본 성장률을 2.4%로 제시했지만, 유럽 에너지 위기 심화, 미국 경기 침체 조기 도래, 중국 부동산 시장 급랭, 신흥국 금융 불안 심화 등이 모두 한꺼번에 나타날 경우 세계 경제가 역성장(성장률 -0.5%)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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