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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거워하는 '파티'에서 질문하라… ＂만일 내가 틀렸다면?＂

증시 상황과 경제 환경을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투자 계좌 잔액 확인을 너무 자주 하지 말라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든지,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노력하라는 것처럼 다른 이들이 해주는 말을 내가 자주 무시하는 경우도 많지만, 투자 계좌 확인은 아주 가끔 하라는 말만은 내가 잘 지키는 삶의 지혜다.

동료나 동창이 돈을 얼마 버는지 알아서 좋을 것 없듯이, 내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지금 당장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은 그리 유익하지 않다. 내 포트폴리오를 채우고 있는 것들은 매각해야 현찰이 되는 증권들이기 때문이다. 매일 계좌 확인을 한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올라간 잔액 때문에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거나, 일시적으로 내려간 잔액 때문에 훨씬 오랫동안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계속 잔액이 하락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정신적 고통을 참지 못해, 다 팔아버리고 계좌를 없애버리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투자는 좋은 것이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를 선전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다른 일을 하더라도, 예를 들어 전업 작가가 되었다고 해도, 투자는 했을 테니까. 누구나 약간의 지식과 판단력, 인내하고 참을 수 있는 능력 등을 토대로 돈을 벌 수 있다. 때로는 운도 따라야겠지만, 투자를 오래 하다 보면 사자마자 하락하는 일보다는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덕에 돈을 많이 벌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이윤이나 경쟁력 등은 무시하고 일시적인 인기나 성장 측정 따위로만 기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하는 말이다.

투자도 삶처럼 장기적인 게임이고 선택이다. 그런데 이 게임을 잘해내고, 내게 지극히 유리한 선택을 하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이른바 'the WIIW'. "What If I'm Wrong?(만일 내가 틀렸다면?)"이라는 질문이다.

2021년 7월, 나는 굉장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한 경제 유튜브 채널 S에 출연했다. 증권, 부동산, 경제에 초점을 둔 채널이지만, 현역 월가 애널리스트가 출연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영어가 편한 나의 어눌한 한국 말투 때문이었을까? 내가 한 말 때문이었을까? 두 개의 파트로 제작된 인터뷰는 첫 번째 파트만 방송되었다. 아마도 인기가 없어서 두 번째 파트를 생략했던 모양이다. 이 인터뷰를 근래 다시 들어봤다. 인기를 못 얻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말투도 말투였지만 결국 내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인터뷰에서 내 생각과 소신을 몇 가지 공유했었다. 우선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보다 내 판단에 따른 가치가 높을 때 주식을 사야 한다는 아주 당연한 얘기를 했다. 즉, 분석과 계산을 토대로 한 판단으로는 주당 적어도 15만원은 해야 하는 주식이 시장에서 11만원이나 1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그 주를 사야 한다는 말이었다. 다만 2021년 7월을 기준으로 거의 1년간 그렇게 싸게 거래되는 증권은 아주 드물었다는 말도 했다. 모든 것이 너무 비싸서 살 만한 주식이 매우 드물다는 의견이 인기를 얻을 리 없었다. 돌아보면 작년 7월에 한국 코스피 지수가 최고치인 3300대를 기록했고, 그 후로 3분의 1 정도의 가치가 사라졌다. 미국 S&P 500지수는 그때부터 약 6개월 동안 10% 더 올라갔지만, 올 초 하락을 시작해 5분의 1 정도의 가치가 빠졌다.

해당 채널의 유튜버와 또 꽤 오랜 시간 나누었던 대화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토론이었다. 당시 올라가기 시작했던 인플레이션의 위협은 2020년 시작된 팬데믹이나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계속되었던 세계 금융 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뷰하기 얼마 전,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5%에 도달했고, 인플레이션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목적 수치인 2%를 오랫동안 큰 폭으로 웃돌 수도 있다는 염려를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물론 1년 후 미국 물가지수가 9.1%까지, 유럽과 영국의 물가가 10% 이상 뛸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다만 확실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인플레이션이 팬데믹이 가져다준 일시적 현상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내가 해당 채널의 시청자들에게 해준 말이 있다. 언젠가는 연준이 시장을 지원하는 채권 매입을 그만두고 축적해 온 증권을 시장에 매각하게 될 거라고. 언젠가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거라고. 언젠가는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과 기업, 나라에 끼치는 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지속해서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물론 작년 7월에 내게 미래를 보는 수정구슬이 있어서 올해 3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또 큰 폭으로 올리기 시작할 거란 예측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경제와 채권 시장에 오랫동안 푼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인플레이션이란 문제로 경제와 증시를 위협할 거란 계산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내 인터뷰의 두 번째 에피소드를 내보내지 않은 것은 어쩌면 제작팀이 내려야 했던 당연한 결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파티에서 우울한 얼굴을 하고 투자 자제를 권하는 사람이 인기를 얻을 리 없지 않은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귀에 거슬리는 아이디어를 무시하고 싶은 것은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가족의 경제적인 안위가 달린 투자를 결정할 때는, 내 생각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말을 해주는 이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투자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해서, WIIW 시그널, 즉 '만일 내가 틀렸다면?'의 신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워런 버핏의 말대로, 투자에는 두 개의 규칙이 있으니까.

규칙 1: 돈을 잃지 말라.

규칙 2: 규칙 1을 잊지 말라. 기고자 : 신순규 시각장애인·BBH 시니어 애널리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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