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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슐먼 지음｜김수민 옮김｜현암사｜320쪽｜1만6000원

핸드백을 사기 위해 '오픈 런'을 한다거나, '신상' 가방에 우산을 씌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가. 혀를 찰 수도 있다. 하지만 핸드백은 19세기 가사 노동이나 노예 생활에서의 '해방'을 상징했다. 가방을 드는 건 곧 여행의 자유를 의미했다.

1992년부터 2017년까지 영국판 보그 편집장을 지낸 저자에게 핸드백이란 물이나 약 등 "밀실 공포증, 공황 발작에서 견딜 생존 무기를 담는 곳"이다. 100년 역사의 영국 보그지에서 '가장 패셔너블하지 않은' 편집장이라 불렸지만, 역대 최장수 편집장이자 20만부라는 최대 발행 부수를 기록한 저자는 자신의 옷장 속 사연을 통해 패션 역사와 트렌드를 짚어낸다.

'예쁘다'가 '도전적이지 않다'는 멸시로 변용한 패션계에서 대중과의 접점을 고민하는 저자의 목소리도 생생하다. 모델 대신 핸드백을 주인공으로 화보를 찍어 '대박'을 터뜨린 그녀지만, "신분적 지위와 성공의 상징이었던 핸드백이지만 요즘엔 빈손(남이 대신 들어주고)이 성공의 표식"이라고 짚어낸다. 기고자 :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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