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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가 회계법인 지정하는 제도 실시 뒤 비용 2배 뛰어

외부 감사 비용 증가로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 당국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5일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소규모 상장사(자산 1000억원 미만)에 대한 '내부회계 관리제도 외부 감사'를 면제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외부 감사는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와 이를 작성하는 절차인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한 감사로 나뉘는데,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한 감사를 면제하면 기업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한 감사로 전체 감사 시간이 40% 정도 증가했다고 보는데, 면제해주면 감사 비용도 절감될 수 있다.

기업들이 감사 비용 증가의 주범으로 꼽는 '주기적 지정제'를 손보는 대책은 아니다. 2018년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2019년부터 도입된 주기적 지정제는 모든 상장사와 소유·경영이 미분리된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외부 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강제로 지정해주는 제도다. 총 9년을 주기로 6년 동안 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자유롭게 선임하면 이후 3년간은 증선위가 감사인을 지정한다.

금융 당국이 강제 배정하다 보니 회계법인에 지급하는 비용이 높아졌다는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결국 금융위가 추가적인 부담은 지우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감사 비용 10배 넘게 상승하기도

주기적 지정제 도입 이후 증선위가 감사인을 지정한 기업의 수는 지난해 1969곳(주기적 지정 674곳)까지 늘었다. 비용 부담 증가 등의 우려가 커지자 금융위는 우선 전체 상장사의 3분의 1 수준인 소규모 상장사에 대해 내부회계 관리제도 외부 감사를 면제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규제 개선을 환영하지만 향후 자산 규모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상장 기업 중 약 31%가 규제 개선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코스닥 기업"이라면서 "코스피 기준으로는 자산 규모 1000억원 미만 기업이 8%에 불과하기 때문에 향후 이 기준을 5000억원 미만으로 높이면 상장 기업의 약 78%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5일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감사인이 지정된 회사의 평균 감사 보수는 올해 2억9100만원으로 주기적 지정제 시행 이전인 2018년(1억2500만원)의 2배가 넘는다. 지정된 회계법인과 계약하면서 감사 보수가 18배 넘게 급증한 기업도 있었다. 2020년 2300만원이었던 보수가 지난해에는 4억2200만원으로 늘었다.

강민국 의원은 "비용뿐 아니라 지정제에 따라 정해진 회계법인의 감사 방식 등에 대한 불만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금감원 지정 감사인 부당 행위 신고센터에는 25건의 불만 사항이 접수됐다.

◇"회계 투명성 위해 불가피" 지적도

금융 당국도 주기적 지정제 등을 도입하면서 기업 부담이 커진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난 2016년 터진 대우조선해양 분식 회계 사태와 같은 대규모 회계 부정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주기적 지정제 도입 이전에는 회계법인이 사실상 감사인이 되기 위해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업을 내실 있게 감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경영계에서는 “해외 선진국은 외부 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제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금융 당국은 “회사 내부 감사 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집단소송 제도 등이 발달한 미국의 상황과 우리나라 상황을 그대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감사 비용 증가에 대해 회계법인들은 “시간당 감사 비용은 10년 넘게 계속 낮아지다가 지정제 도입 이후 겨우 2006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해명한다. 시간당 감사 보수가 2006년 9만7000원에서 2017년 7만8000원 수준까지 떨어졌었는데 2020년에야 9만8000원으로 2006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 비용 증가는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외부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회사가 6년간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한 뒤 다음 3년 동안은 금융 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 대우조선해양 분식 회계 사태를 계기로 기업과 감사인의 유착을 막기 위해 2019년 도입됐다.

[그래픽] 외부 감사인 지정 회사 수 / 외부 감사인 지정 회사의 감사 보수 평균액

[그래픽] 전체 상장사 중 자산 1000억원 미만 상장사 기고자 : 홍준기 기자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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