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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법을 몰라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분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나도 변호사가 되면 그런 따뜻하고 보람찬 삶을 살게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내가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은, 변호사란 기본적으로 승패의 세계를 사는 직업이라는 점이다. 판사는 양측 이야기를 듣고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을 내려주는 사람이다. 그에 비해 변호사는 무조건 한쪽 편이 되어서 상대방과 치열하게 승부를 벌인다. 그 결과는 승소 아니면 패소. 프로야구 감독들이 경기 결과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성적이 안 좋으면 결국 자리를 내놓는다는 신문 기사를 볼 때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승소는 진짜 기분 좋은 일이다. 긴 시간 치열하게 법정 다툼을 벌인 후 승소하면 의뢰인은 기뻐하고, 변호사도 자존심을 세우고 성공 사례금까지 받는다. 반대로 패소를 당하면 의뢰인의 비난을 받아야 하고, 의뢰인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후속 조치를 도와야 한다. 변호사로서 자존감도 떨어진다.

나는 승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치 검투사처럼. 승소하면 직원들과 같이 샴페인을 터뜨리고 축하 파티도 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대방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가 승소했을 때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 너무 잘 아는 사건에서는, 이긴 다음 기쁜 것은 순간이고 한편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힘들까 걱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법적으로 소송까지 갈 때는 어느 한쪽이 100% 잘못한 경우는 많지 않다. 51% 잘못한 사람과 49% 잘못한 사람의 싸움일 때가 많다. 하지만 소송 상당수는 야박하게도 어느 한쪽 손만을 들어주는 구조다. 그 결과는 참으로 가혹하다.

이기고 나서 순수하게 기뻐하던 병아리 변호사 시절이 그립다. 나이가 들어서 그러는지 오지랖이 넓어져서 그러는지 승소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나를 돌아본다. 철저한 승부사, 검투사로서 내 전투 의지가 예전 같지 않은 듯하다. 이런 변화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기고자 : 조우성 변호사·'한개의 기쁨이 천개의 슬픔을 이긴다' 저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0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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