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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단위서 탈피, 주제별 '랩' 만들어 융합교육＂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겠습니다." 최기주(61·사진) 아주대 총장은 내년 개교 50주년을 맞아 이후 50주년에 대한 혁신 구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 구상 저변에 깔린 아이디어는 '학과' 칸막이를 낮추고 융합 교육을 확산한다는 것. 그것이 고객(학생) 중심으로 교육 환경을 다시 재편하면서 혁신을 꿈꿀 수 있게 한다는 믿음이다.

―'랩' 시스템은 어떤 효과를 가져 오나.

"우리 대학은 모든 게 학과 단위로 돌아간다. 학생도, 교수도 학과별로 뽑고 수업, 연구도 거기서 이뤄진다. 그런데 왜 학과라는 단위에 갇혀 있어야 하나. 영미 명문대에선 '랩'에서 교수도 뽑고 학위도 준다. MIT 미디어랩은 그 좋은 사례다. 앞으로 바이오, AI(인공지능) 모빌리티, 신소재 등 주제별로 랩을 만들어 다양한 학생이 거기 소속해 융합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보려고 한다. 지금 아주대에도 에너지시스템학과, 분자기술학과 등 여러 학문을 융합한 학과들이 있지만, 이젠 그 추세를 가속화하려 한다."

MIT 미디어 랩은 예술, 과학, 디자인, 기술 등을 넘나들면서 광범위한 주제를 갖고 융합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는 곳이다. 우리 식으로 굳이 따지면 단과대학이긴 하지만 제한하는 학문 분야가 없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연구에 혁신적 결과물이 쏟아져 '꿈의 발전소'로 불린다. 교수와 연구원, 대학원생 학부 학생이 섞여 어우러진다.

―올 들어 다녀온 미국 출장도 이런 구상을 염두에 둔 건가.

"학생과 교수 모두 글로벌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퍼듀·미시간·위스콘신·일리노이공대·버지니아대 등 유명 미국 대학들을 찾아 MOU(양해각서)를 새로 맺거나 연장했다. 아주대가 이미 67국, 400여 개 대학·기관과 교류하지만 앞으로 그 경계가 더 넓어질 것이다. 학생들이나 교수들 모두 더 많은 글로벌 공동 연구를 경험하면서 변화하는 시대 과제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대학들은 갈수록 입학생이 줄고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에 고전하고 있다.

"14년간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교수 봉급도 동결됐다. 대학을 떠나 기업으로 가는 교수도 적지 않다. 수도권 대학들은 정부 규제 때문에 정원을 늘릴 수도 없어 고민이다. 이젠 수업료를 현실화해야 한다. 당연히 대학 스스로도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총장이 뛴다'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매주 동문 기업을 방문해 대학을 위해 기부해 달라고 호소한다. 대학이 가진 기술을 사업화하는 작업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아주대는 작년 기술 이전 수입이 52억1000만원, 71건으로 국내 대학 중 4위. 학내 창업 기업이 50개가 넘는다. 이 중엔 기술 수출로 8800억원 규모 계약을 따내 내년 IPO(기업공개 상장)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수도권 외곽 대학(아주대는 경기 수원)이라 불리한 지점은 없나.

"오히려 강점이다. 수원에는 삼성전자, 용인과 이천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인근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첨단 IT 기업들이 모여있고, 화성은 중소기업들이 즐비하다. 다양한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벌이기 이보다 나은 위치가 있나.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스탠퍼드대가 있는 것처럼 아주대도 창업 산실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즈베키스탄에 아주대 커리큘럼을 수출해 'AUT(Ajou University in Tashkent)'를 설립했다.

"50년 전 지방 변변치 않은 대학이었던 아주대가 지금은 국내 상위 대학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공 경험을 전파하고 싶었다. AUT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고, 아주대는 교육 노하우를 전수한다. 전자공학과, 건설시스템공학과, 건축학과 등 3학과가 운영되는데, 학생들이 졸업하면 아주대 졸업장을 받는다. 이런 교육 시스템 수출을 더 하려고 한다."

지난 2월 취임한 최 총장은 1994년부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9~2021년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국가 교통 정책을 설계했다. 기고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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