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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는 팬데믹을 겪으며 세계인의 '공용어'가 됐다. 마스크 착용은 연대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상징이 됐다. 동시에 시위와 폭력을 일으키는 도화선도 됐다. 필수품이라고 말하면서도, 마스크를 벗으면서 마치 감옥에서 대탈주라도 성공한 듯 '해방'이란 단어를 쓰기도 한다.

과학기술학자인 현재환 부산대 교수와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마리온 마리아 루이징거 독일 의학사 박물관장 등 국내외 학자 14인의 논문을 바탕으로 마스크의 영향력을 분석한다. '흑사병에서 코로나19까지, 마스크의 과학과 정치'라는 부제처럼 마스크의 역사적 배경, 정치성, 철학 등을 파노라마처럼 담아내고 있다.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인종 우월주의의 표현이었으며, 과거 마스크는 여성들이 제작하고, 여성스러운 물건으로 간주된 젠더 차별 도구였다는 것도 일깨운다. 마스크의 자서전을 쓰듯 처치 곤란 쓰레기가 됐다가 예술 작품으로 재활용돼 재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마스크의 시간' 부분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