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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코인 투자 실패 회생 문턱 낮춰주니 면제 받기 위해 몰려
2030 다중채무액 158조… ＂회생신청 내년이 더 많을 것＂

9급 공무원 정모(29)씨는 대학 학자금 대출 등으로 4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지난해 대출을 늘려 주식과 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한때는 재미를 봤는데 결국 빚더미가 8400만원까지 늘었다. 이자 갚기도 벅찬 처지가 된 그는 지난 7월 서울회생법원을 찾아 개인 회생 신청을 했다.

5년 차 직장인 신모(31)씨는 지난해 남자 친구와 결혼 계획을 세우면서 전세 마련을 위해 받은 은행 대출 3000만원으로 코인 투자를 하다 빚더미에 깔렸다. 주변에서 "자꾸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다 큰일나겠다"고 말렸지만, 듣지 않았던 신씨는 지난 8월 서울회생법원을 찾았다.

이들처럼 회생 절차를 밟기 위해 법원을 찾는 청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개인 회생 법원 인가를 받으면 채무 조정을 받아 감당할 수 없는 부채는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이 빚더미가 불어난 청년들이 결국 법원의 구제를 받으려고 몰리는 것이다. 지난 7월과 8월 두 달간 서울회생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한 5명 가운데 1명은 20대였고, 30대까지 합치면 절반이 넘는다.

20대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2022년도 상반기엔 평균 월 245건 정도이던 20대의 회생 신청 건수는 7월 322건, 8월 315건으로 증가했다. 7월·8월엔 전체 회생 신청 건수에서 20대 비율이 19.6%였다.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이어서 금융 활동이 많지 않은 20대가 회생법원까지 찾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20대 비율이 20%에 육박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2020년 20대 신청 비율은 고작 10.7%에 불과했는데, 1년 반 만에 그 비율이 2배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30대까지 합쳐 2030세대의 개인 회생 신청 비율을 살펴보면, 51.4%(836건)로 반 이상을 차지했다. 20·30대 비율은 2020년이 42.5%, 2021년이 45.1%, 2022년 상반기 47.9%였는데, 계속 증가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빚투족'들의 결말이 결국 빚 탕감을 위해 법원을 찾으며 끝나게 된 것이다. 빚더미에 깔려 결국 개인 회생 신청을 하는 2030세대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최대한) 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한 2030세대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금리가 뛰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데,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2030세대 '빚투' 2배 늘어 3조6000억원

2030세대의 과도한 채무 상황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 말 주요 10개 증권사 기준 20·30대의 신용 융자 잔액은 1조9000억원이었는데, 불과 1년 사이(2021년 6월) 3조6000억원이 돼 2배 가까이로 늘었다. 20·30대 중 빚을 내서 투자하는 규모가 1년 새 2배 가까이로 늘었다는 의미다. 또 2022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가상 자산에 투자한 20·30대 비율은 전체 투자자의 약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진 자산이 크지 않기 때문에, 높은 리스크는 외면한 채 '대박'을 노리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청년층에서 자주 나타나는 행태"라며 "서울회생법원의 지침 개정으로 개인 회생 문턱을 낮추자 회생을 신청하는 청년층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빚투'로 과도한 채무에 빠져 있던 청년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20대 다중 채무자도 폭증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위험 신호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다중 채무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20대 이하 다중 채무자는 39만7753명으로 규모는 다른 연령대보다 작지만 증가율(코로나 사태 직전이었던 2019년 말 대비)은 30.6%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전체 증가율(12.1%)이나 다른 연령대의 다중 채무자 증가율(60대 이상 27.6%, 50대 11.6%, 40대 7.4%, 30대 6.4%)에 비해 두드러지는 수치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의 다중 채무액은 158조1000억원으로, 2017년 말 118조9000억원에서 4년 4개월 동안 32.9%(39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 채무자는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를 의미하고,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아 나중에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대출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채무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만큼, 법원을 찾아 회생 신청 하는 횟수도 점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현근 한국회생파산변호사회장은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금리가 상승할 예정이고, 이에 따라 주가나 코인 가격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젊은이가 회생 신청을 위해 법원을 찾을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그래픽] 급증하는 20대 다중 채무자

[그래픽] 30대 이하 다중 채무자 채무액 급증

[그래픽] 가상 자산과 주식 투자자 중 2030세대 비율 기고자 : 류재민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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