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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리·환율 치솟는 '3高 현상'에 美인플레 감축법 등 대내외 환경 급변

글로벌 수요 위축, 공급망 붕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시행 등 우리 기업을 둘러싼 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원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성장률이 뚝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사상 최악의 무역 적자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변신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요구받고 있다.

◇위기 직면한 국내 기업들… 변신 불가피

미국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이 반도체·자동차·배터리·바이오 등 4대 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성장 동력을 정조준하면서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새로운 질서의 격랑에 휩싸여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도 위기에 대한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달 초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6곳은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17.4%로 작년(13.3%)보다 늘었다. 물가·금리·환율이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이 심화하며 신규 채용조차 포기하는 것이다.

당장의 위기뿐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도 기업들의 변신을 요구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30대 그룹 가운데 15곳에 설치된 ESG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1년 반 동안 48개 위원회가 257번이나 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사업 재편의 협력 파트너'와 '경영권 위협 세력' 사이를 오가며 목소리를 내는 사모펀드의 지분 확대도 기업들이 새롭게 변해야 하는 이유다. 2011년 14.4%에 불과했던 사모펀드 보유 지분은 지난해에는 21.6%로 7.2%포인트 늘었다. 사모펀드의 공격을 미리미리 방어하기 위해선 사업은 물론, 조직 문화를 바꾸고 이해관계자와 맺은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커졌다.

◇신성장 동력 확대…창의적 조직 문화 확산

기업들은 신성장 동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10년(2011~2021년) 사이 IT(정보 기술)·전기전자가 석유·화학을 제치고 국내 500대 기업 매출 비율 1위 업종으로 성장하고, 제약·바이오 업종 매출이 10년 만에 5배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더는 자동차 기업에 머물지 않고, 이젠 스마트 모빌리티 설루션 기업으로 회사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자율주행·로보틱스·AAM(미래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이 주인공이다. 지난 4월엔 미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하는 '2022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시상식에서 총 6부문 중 3부문을 차지했다.

유통·식품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롯데 또한 수소 사업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신사업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며 변신하고 있다. 철강 부문 비중이 큰 포스코그룹도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에 이르기까지 수소 사업 밸류체인 전반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하며 적극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GS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이달 초 신사업 전략 보고회를 열고, 신사업 생태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위기 속 생존과 변화를 위해 조직 문화를 확 바꾸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를 도입한 데 이어 2018년부터는 C랩 아웃사이드를 도입, 외부 스타트업까지 지원하고 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키우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사업 기회까지 찾겠다는 의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2년 연속 10% 임금 인상, 육아 휴직 확대, 전용 사내 어린이집 확대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이직하고 싶은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해관계자와 스킨십을 확대하는 모습도 많아지고 있다. 네이버는 소상공인과 상생을 위한 '프로젝트 꽃'을 통해 '빠른 정산' '무담보 신용대출' '소상공인 반품 안심 케어' 등의 서비스·상품을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2022 울산포럼'을 개최하고 SK이노베이션의 모태인 울산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논의했다. 기고자 :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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