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보령

1972년 유인(有人)우주선 아폴로 17호는 나흘간의 여정을 거쳐 달에 착륙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재의 기술로 화성까지 가는 데는 반년 이상 걸린다. 예컨대 재작년 7월 쏘아올린 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 착륙하기까지 약 203일이 걸렸다. 앞으로 인류의 활동 영역이 지구 밖으로 확대될수록 우주에서 머무는 동안 건강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보령은 본격적인 우주 관광 시대를 앞두고 대기권 밖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건강 상태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0년부터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한 지난달 5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1회 CIS(Care In Space) 챌린지' 발표 행사에서 김정균 보령 이사회 의장은 "인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이 되겠다는 창업 정신을 우주로 확대해 누구나 우주에서도 건강하게 활동하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라고 말했다.

보령은 국내외 항공 우주 관련 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올해 처음으로 'CIS 챌린지'를 시작했다. CIS 챌린지(CIS Challenge)는 세계 각국의 우주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모여 우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우주개발 전문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와 글로벌 항공우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타버스트가 공동 파트너사로 참여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TRISH(The Translational Research Institute for Space Health)의 제임스 휴리 부국장, 액시엄 스페이스의 스미스 존스턴 CMO(미디어 최고 책임자)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스페이스 헬스케어 전문가들이 심사를 맡았다.

예선을 거친 8국 16팀이 참가한 이번 발표(Pitch Day) 행사에서는 6팀이 선발됐다. 이들은 총 13주간 액셀러레이팅 기간을 거친 뒤 오는 12월 '데모 데이(Demo Day)' 행사를 통해 세계의 스페이스 헬스케어 산업 관계자·투자자들에게 사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액시엄 스페이스를 비롯해 MIT(매사추세츠공대), NASA(나사) 등에서 실시하는 온·오프라인 전문 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모의실험과 멘토링을 통해 기업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들을 전수받고, 데모 데이를 계기로 투자와 네트워킹 기회를 갖게 될 예정이다.

이번에 선발된 팀들은 지구와 단절된 우주 공간에서 우주인들의 건강 상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우주 공간이 지구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검증하고 있다. 기온, 압력, 방사선 등 지구와 다른 환경은 물론이고 좁은 우주선 내에서 제한적인 움직임만 허용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신체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제조가 어려운 약물을 만들거나 다양한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도전한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팀도 많다. 우주인이 직면할 수 있는 건강 문제들을 AI로 시뮬레이션하고, 안전한 우주 탐사를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또 가상 현실과 가상 인간 등을 활용해 격리된 환경에서도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팀도 있다.

자체 개발한 장비로 심장 및 호흡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측정 데이터를 활용해 건강 추세를 도출하는 분석 소프트웨어, 신경 질환을 감지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기존의 복잡한 자기 공명 분광 기술을 쓰기 쉽게 변환해 누구나 편리하게 건강 상태를 추적할 수 있게 돕는 탁상용 대사 스캐너, 화학약품이나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나노 트랜스포머 기술을 활용해 불용성 의약품의 체내 흡수율을 개선시키는 연구도 이번에 선정된 과제들이다.

CIS 행사를 총괄 기획하고 있는 보령 글로벌투자센터 NPI(New Portfolio Investment)팀 임동주 팀장은 "보령은 세계적으로 아직 초기 단계인 스페이스 헬스케어 분야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곽수근 기자
본문자수 : 210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