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1998년 구글을 창업한 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모토를 내세웠습니다. 세 단어로 구성된 이 명료한 문장에서 많은 사람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구글이 보여온 행보는 '사악해지지 말자'는 다짐과는 몇 광년쯤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버진아일랜드 같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이익을 몰아줘 세금을 회피하는 수법은 애플과 구글이 앞장서 도입한 뒤 글로벌 IT 업계에 널리 퍼졌습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무기로 스마트폰 제조사나 앱 개발자에게 갑질도 일삼습니다. 맞춤형 광고를 위해 인터넷 사용자들의 검색 또는 구매 이력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태도 비판받습니다.

달콤한 약속이나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기업은 구글뿐만이 아닙니다. 사실 대부분 기업이 인류 번영, 공동체 발전, 사회 공헌, 환경보호, 소수자 인권 등의 수호자를 자처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익을 위해 이런 약속을 내동댕이치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입으로는 인권을 외치면서 아동들이 일하는 동남아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든가,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인 기업이 알고 보니 폐수를 강에 무단 방류한다든가 하는 일들이죠. 애플이 아이폰12를 출시할 때 충전기를 별매로 바꾸면서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사례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런 일을 너무 자주 접하다 보니 처음엔 기업의 선의를 믿었던 사람들조차 착한 척하는 기업들에 대한 반감이 높아집니다. 미국에서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안티 워크(woke) 자본주의' 운동이 일어난 것도 기업들의 위선에 신물이 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주 커버스토리로 다룬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기업이 선한 의도와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희망을 던져줍니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파타고니아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기고자 : 최규민 위클리비즈 편집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95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